6ㆍ25와 이승만대통령(6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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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유엔한위의 파키스탄대표인「지아우딘」대사를 점심에 초대했읍니다.「지아우딘」 대사는 현 정세를 잘 이해하고있고 자기들이 도움이되는한 여기에 체류할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한위의 대표들 중에는 본국으로부터 한국이 38선을 넘지못하게하라는 지령을 받고 온 경우가 있었는데 상황이 변함에 따라 그들의 의견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우리는 들었읍니다.

<김상공 혼자서 대꾸>
내무장관 조병옥박사가 최근에 유엔에 제출할 성명서를 준비한바 있는데 그 성명서의 취지는 정부의 의사와 부합하는 것이지만 개인의 의견이라고 대통령은「지아우딘」대사에게 설명했읍니다.
대통령은 자기가 단한가지 조박사의 성명서에 부연하고 싶은것은 한국정부는 유엔이 대한민국을 38선이 남에 제한한다는 10월7일의 유엔소위의 결의에따라 제약을 받고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읍니다.
조박사도 요청한 바와같이 대한민국을 38선 이남에 국한시킨다는 제한조건을 제거해달라는 우리정부의 요구가 유엔에 우리는 협력하지 않겠다거나, 심지어 유엔의 결정에 한국이 반항하는것으로 해석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유엔과 긴밀히 협력할것이며, 북한지역이 해방됐을때 바로 그지역에서 법과 질서를 세워 혼란을 막기위해서는 우리정부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38선 이남이라고 하는 제한조건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던 것입니다.
그외에도 한두가지 도움이 될만한 것으로 유엔소위의 결의와 상충되지 않는 의견이 있기는 합니다고 대통령은 말했읍니다.
파키스탄대표는 대통령의 이야기가 대단히 적절한것으로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하오 4시에 전시내각, 즉 국방장관·내무장관·재무장관·상공장관을 불러 회의를 했읍니다.
여기서 대통령은 장관들이 눈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기나라 대통령이 남의 나라 사람, 즉「워커」장군과 언쟁을 했을때 말끝을 잡아서 말을더 좀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김훈 상공장관만이 몇마디 했을뿐 다른 장관들은 주일학교 생도들 처럼 얌전히 앉아만 있었다고 꾸짖었읍니다.
장관들도 자기나름대로 몇마디 말을 더 했더라면「워커」장군의 비난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아니라「워커」장군과「무초」대사에게 우리입장이 어떤 것인가를 더 잘 알려줄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읍니다.
만일 우리들이 우리의 입장을 밝혀주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우리는 미국사람들과 우리국민들의 비난의 대상이 될것이라고 대통령은 설명했읍니다.
『저기, 인천앞바다에 머물고 있는 빈LSD(상륙용전함)들은 무엇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며 왜 미8군의 일부는 대구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물어 볼수도 있었을 것이 아니냐?』

<로마는 불타는데…>
그리고『여러가지 다른 의문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가득차있는데도 해답이 없지 않느냐』 고 하면서『모든정세는 미군이 후퇴하는것을 보여주지 않느냐, 그런데도 말로만 남아서 버티겠다고 하는것이 아니냐?』고 따질수도 있는 문제라고 대통령은 말했읍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느것을 믿어야한단말인가?』『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이 필요합니다.』이 문제는 우리 국민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것입니다. 만일 유엔군이 후퇴를 할 작정이면 왜 솔직이 그렇게 이야기 해주고 우리에게 무기를 주어서 최후의 결전을 우리자신만이라도 할수 없도록 하지않는가? 우리는 유엔군들이 한치 두치 뒷걸음질로 물러가다가 나중에는 전체적으로 철수를 해버리고 우리국민과 우리국군을 중공군의 마음대로 희생시키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국민과 국군이 어떻게 될것이냐 하는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서 무엇을 가지고 싸울것인가를 생각해야합니다.
11일 하오2시에「무초」대사가 대통령을 방문하고 워싱턴에서 온 몇가지 비밀전문을 보여주었읍니다.
한국정세는 그렇게 나쁜것이 아니고 미국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것을 지적하고 있었읍니다.
그래서 대통령은『지금 로마는 불타고 있는데 미국과 유엔이 하고있는것은 말뿐』이라고 대사에게 말했읍니다.
소련은 지금 임전태세를 갖추고있는데 만일 유엔과 미국이 확고한 자세로 태도를 분명히 하지않는다면 소련은 참전해 올것이라고 했읍니다.
미국여론은 공산당과 유화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만일 유엔이 중공과 무슨 협상을 하기로 작정한다면 미국이 할수있는 일은 무엇이겠는가? 영국은 지금 미국과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데 그것이 현정세에서 제일 큰 약점이고 또 소련은 이 사태를 잘 이용할 것입니다.
대통령은「무초」대사에게『지금 필요한것은 토론이 아니고 유엔의 행동』이라고 말했읍니다.
여기 저기서 서성거리고 있는 동안에 우리국민은 수천명씩 학살되고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유엔이 우리국민을 해방시켜 주었다고 믿으며 우리국민들은 유엔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는데 지금 유엔은 우리 국민들을 헌신짝같이 저버린채 남겨두고 떠나가야하는 상태에 들어갔다는 그 말씀입니다. 미국속담므로 우리를 마치 뜨거운 감자 내팽개치듯하고 있다는 말입니다.「무초」대사는 대통령의 흥분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읍니다.
하오 3시에 기자회견이 있었읍니다.
두 영국기자가 있었는데 부정적인 질문만 내던져서 비관적인 분위기만 조성하려고 했습니다.
신성명국방장관이 와서 대통령을 모시고 동대문밖으로 가서 제2군단사령관 유재흥장군과 그 휘하장교들을 은밀히 만났읍니다.
그들은 이번에 있었던 중부전선 돌파작전에서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던 사람들입니다.

<미작전령 갈팡질팡>
대통령은 우리는 최후의 한사람까지 싸워야한다고 그들을 격려해 주었읍니다.
신국방장관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은 유엔군의 부사령관인「앨런」소장과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워커」장군이 지적한「싸우지않는 부대」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부대는 5일동안에 세번의 상층되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남하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다음에는 동으로 이동하라고 했고 세번째는 서북방으로 가서 미8군과 합세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 부대는 트럭을 한대도 가지고있지 않아서 모든 무기를 사람이 운반해야 했답니다.
그래서 그 부대는 지난 5일간 걷는일 외에는 한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중 1개사단은 전에 있던 1개연대와 새로 편성된 2개연대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그중 한 연대는 개성에 가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사단장은 두연대, 그것도 1만명의 병력이 아닌 겨우 6천명만 휘하에 갖게 되었답니다.
이 모든것이 8군사령부의 명령에 의해 일어난 일입니다.
도대체「워커」장군은 우리국군들이 도보로 이리 저리 이동하면서 언제 어떻게 싸우라는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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