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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일로의 국제테러|갈수록 과격화|공중납치-인질소동 등은 옛말|자폭 동반 대량살상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 해병대 2백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이루트 폭발사건의 확실한 원인규명이 지금 현지에서 진행 중에 있지만 그·배후는 지금까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헤즈발라(신의 정당이란 뜻)라는 급진시아파 회교분파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헤즈발라 그룹은 레바논내 무잠시아파 그룹인 아말 운동에서 분리돼 나온 분파로 가장 급진적인 행동원칙을 갖고있는 무장 게릴라 단체다. 이 그룹의 정치적 목표는 바로 이란의「후메이니」식 회교 근본주의 국가를 레바논에 설립 하는 것이다.
이들이 채택하는 수단은 바로 과격 테러리즘. 이 그룹에 소속된 대원들은 지난번 폭발사건 때처럼 엄청난 폭발물을 실은 트럭을 몰아 죽음 속으로 돌진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형태의 테러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불러오게 마련이고 역설적으로 정치적 목적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극히 회의적이다.
과거 60∼70년대 국제테러의 대명사처럼 널리 알려졌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 경우 비행기를 납치하거나 대사관을 점거, 인질소동을 일으켜 어떤「협상」을 벌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의 테러리즘의 경향을 보면 대량의 인명 살상을 동반하면서「치고 달아나기」에서 「너 죽고 나죽자」는 식의 자폭전술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베이루트 미 해병대 폭발사건은 테러리즘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룬다 할 수 있다.
최근 국제테러리즘의 변화를 살펴보면 ▲더욱 잔인하고 치명적으로 되어가고 있어 미국무성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7O년에 발생한 테러 중 인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절반이하였는데 지금은 80%를 넘고있고 ▲과거에는 주로 중동지역에 한정되던 테러활동이 전세계적으로 번져가고 있어 70년의 경우 48개국에서 일어났던 테러가 81년에는 91개국으로 확산됐고 ▲ 과거에는 민족주의적인 혹은 사상적인 이유에서 벌어졌던 테러활동이 이제는 어떤 사건 이슈 때문에 벌어지고 있어 이를테면 미사일배치, 환경문제, 동물보호 등의 이슈가 모두 테러의 원인이 되고있다.
1962년이래 세계에서 일어난 테러는 모두 7백 여개의 게릴라, 혹은 테러단체에서 8천 여건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인명피해를 동반한 것은 2천7백 여건 매년 그 숫자는 점차 늘고있어 정치폭력에 대한 전문연구단체인 미 캘리포니아의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4백50건으로 81년보다 3O%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의 전문가들은 금년을「자동차폭발의 해」(car-Bomb)라고 규정 짓고 사상최대의 인명피해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있다.
왜냐하면 베트남전쟁을 제외하고 2차대전후 최대의 미군 희생을 불러일으킨 이번 베이루트 미해병대 참사 폭발사건이 있기 때문 테러활동이 과격화되면서 나타난 또 하나의 현상이 테러단체의 소 규모화다.
테러단체가 소 규모화 하는 것은 테러단체들에 대한 각국의 억제정책이 강화되고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수한 장비와 많은 정보망을 갖고있는 국가의 대 테러정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지하에 감추고 기습작전에 의논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테러에 골머리를 앓고있는 서방선진국들은 대 테러 타격대를 육성시켜 놓고 있다. ▲ 미국의 불루라이트 특수부대 ▲ 영국의 SAS (S-Pecial Sir Service) ▲ 서독의 GSG9(국경수비대) ▲ 이탈리아의 스쿼드R 특공대 등이 그것이다.
미국무성은 국제테러리즘의 후원자 노릇을 하고 있는 국가로 리비아·시리아·남예멘·쿠바 등을 꼽고있다.
그러나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나라는 동독과 북한이다. 그레나다에서도 그랬지만 분쟁지역과 테러현장에는 이들의 특수요원들이 약방의 감초 격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을 집약하면 국제테러후원자들의 우두머리는 소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공산혁명이 공산주의의 지상 목표인 것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 될 수 있다.
테러의 장래는 현재의 추세로 미루어보아 점점 더 잔혹해지고 광범위하게 확산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단계의 테러수단으로는 핵무기가 등장 될 것이 예상되는데 이는 국제 사회에 큰 공포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
핵사용의 에스컬레이션 현상은 바로 인류멸망으로 연결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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