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서 주문한 레고, 200달러 넘으면 관세·부가세 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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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석(73)씨가 딸 현익(42)씨의 도움을 받아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완구를 고르고 있다. 해외직구를 통해 손자들의 설 선물을 마련하려는 할아버지·할머니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용인=최승식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 보라동에 사는 황원석(73)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딸 현익(42)씨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올해 여덟 살, 여섯 살인 외손자들에게 사줄 장난감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일단 레고 키마를 골랐다. 하지만 물건은 이번 설이 지나서야 도착한다. 아마존에서 주문 당일 발송하더라도 한국으로 항공 운송해 통관, 국내 택배 과정을 거치면 5~10일은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달러(약 22만원)가 넘으면 관세와 부가세도 내야 비로소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황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면 바로 올 줄 알았지 통관이나 배송이 이렇게 복잡한지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하지만 손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한번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가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해외 직구 서비스를 이용하는 50대 이상 고객은 2013년에 비해 45%가 늘었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서광남(69·경기도 부천)씨도 지인들 사이에서 직구 매니어로 통한다. 사진기 렌즈나 커피 캡슐을 직구로 구매한다. 서씨는 “통관비와 운송료를 감안해도 국내보다 15%가량 싸다”면서 “지난달에도 직구로 사진기 렌즈를 구입해 200만원을 아꼈다”고 말했다.

 직구를 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우선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를 해야 한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아예 한국으로 직접 배송을 막아 놨다. 대부분 ‘몰테일’ 같은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물류창고 주소를 입력한다. 현지 물류센터에 물건이 도착하면 배송료를 입금해야 한다. 그 뒤에 항공·선박편을 통해 한국으로 배송된다.

 물품가액(해외 구매액+현지 운송비+현지 세금+관세청 지정 기준 선편운임)이 15만원을 초과할 경우 관세와 부가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직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물품 구매의 경우 200달러까지는 관세가 면제된다. 목록통관이라는 간소화 제도 덕분이다.

식·의약품 등 일부 물품을 제외한 전 물품에 대해 100달러 이하인 경우 통관을 간단히 하고 세금을 매기지 않는 제도다. 목록통관으로 반입할 때 100달러까지만 면세가 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반입하는 경우에는 200달러까지 면세다. 목록통관은 물품가액을 물건 값+현지 운송비+현지 세금으로 계산한다.

 통관 관세는 카드로택스(www.cardrotax.or.kr)에서 신용카드로 납부하거나, 자동화기기(ATM)·인터넷뱅킹 등으로 납부가 가능하다. 일부 배송 대행 사이트는 수수료를 받고 대납도 해준다.

 배송료는 0.5~30㎏ 항공 운송 기준으로 미국 1만~16만원, 일본 1만5000원~24만원, 독일 1만8000~16만원, 중국 1만~22만원 선이다. 국내 도착 이후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은 별도로 청구된다.

 유럽산 식기나 가구를 구매하는 직구족들은 해상 운송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로 독일 함부르크항을 통해 인천이나 부산으로 배송된다. 해상 운송료(국내 택배비 포함)는 15~149㎏ 기준 4만6000원~43만원 선이다. 휴대전화 배터리, 화장품, 배터리 내장 완구 등 항공 운송이 불가능한 상품들 또한 해상 운송을 통해 들여온다.

몰테일 홍효정 대리는 “5㎏이 넘는 제품은 해상 운송이 더 저렴하다”면서 “최대 60%까지 배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간을 잘 따져야 한다. 독일의 경우 최대 65일이 걸리며, 중국은 1주, 일본은 2주 정도 소요된다.

 정기 세일 기간을 확인하면 더 싸게 구매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세일 기간으로는 11월 마지막 금요일에 진행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꼽을 수 있다. 명품 가방에서 진공청소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이 30~70% 파격 할인된다.

 월드 워런티(전 세계 무상 수리 보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가전 제품에 대해 글로벌 워런티를 적용하지만, LG전자는 그렇지 않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모델마다 보증 및 리퍼 제도가 다르니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장년층은 ‘올인원’ 직구 사이트를 이용해봄 직하다. 옥션·G마켓에서 운영하는 이베이 쇼핑관이 대표적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처럼 한글로 사이트가 돼 있는 것은 물론, 구매를 하려고 하면 예상 통관료와 운송비까지 한 번에 표시된다. 모의 총포·성인 물품 등 통관이 불가능한 상품을 고르면 자동으로 ‘수입이 불가능한 상품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 회사 이상민 대리는 “단순히 직구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 취급 물품을 30%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상품을 해외로 배송하는 ‘역직구’가 활용된다. G마켓·11번가 등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몰테일 같은 배송 대행 업체를 이용해 소규모 쇼핑몰의 물건까지 손쉽게 받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활발하지는 않다.

미국 뉴저지주 에디슨에 사는 조인(66)씨는 “미국 신용카드의 해외 사용 수수료 문제, 반품 가능성에 대한 걱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곳에 있는 한인 마트에서 고국 상품을 구입한다”면서 “상품 운송·반품·결제 등 전 과정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거주하는 박윤아(32·여)씨는 “집이 추워서 단열벽지를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샀는데 물건 값이 15만원, 배송비가 15만원이 나왔다”면서 “품질이나 아기자기한 면 등에서 한국산이 미국산보다 훨씬 좋은 경우가 많은데, 배송비 부담에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용인·서울=이현택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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