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마라톤 우승 케냐 폴 터갓 "WFP 무료급식 먹고 뛰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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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폴 터갓이 케냐 국기를 활짝 펼쳐 들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학교에서 주는 무료 급식을 먹기 위해 날마다 3마일(4.8㎞)을 걸어 학교에 갔습니다. 무료 급식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마라톤 선수가 될 수 없었겠죠.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7일 뉴욕 마라톤에서 우승한 케냐 선수 폴 터갓(36)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홈페이지 (www.wfp.org)에 직접 글을 올려 기아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터갓은 현재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다. 200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4분55초로 마(魔)의 '2시간5분' 벽을 깼다. 그의 우승 뒤엔 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한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무료 급식 프로그램 얘기가 따라붙는다. 터갓이 이 프로그램의 최고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은 가뭄.가난.질병에 찌든 케냐의 시골 마을이다. 아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했다. 터갓은 운 좋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대신 먹을 게 없어 날마다 굶은 채 10리 길을 걸어다녔다. 터갓은 "배가 고파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집중해 듣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덟 살 때 모든 게 달라졌다. WFP의 지원으로 무료 급식이 시작됐다.

터갓은 "덕분에 친구들과 저는 수업시간에 배고플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번도 학교 근처에도 오지 않던 아이들이 등교를 하는가 하면 떠났던 아이들도 다 돌아왔다. 학생도, 부모도, 학교도 모두 즐거워졌다"고 기억했다. 급식 1년 만에 학생들은 두 배로 늘었고,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더 잘 따라갔다. 터갓은 "급식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워준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가 된 지금 "나는 가난이 뭔지, 배고픈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며 무료 급식 프로그램 명예대사로 활발히 뛰고 있다.

WFP의 학교 급식은 하루 0.19달러밖에 안 된다. 한 어린이에게 1년 동안 드는 돈이 모두 34달러. 제임스 모리스 WFP 사무총장은 터갓의 이번 승리를 축하하며 "그를 보면 하루 한 끼의 '작은' 급식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 WFP 기근 퇴치를 위한 무료급식 프로그램

-기근 지역 어린이 건강과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1960년대부터 실시

-현재 전 세계 기아 어린이 약 3억 명 추산

-무료급식 비용=학생당 하루 0.19달러(1년 34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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