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성인병-윤방부<연세대 가정의학과>코의 출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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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며칠전의 일이다. 새벽 2시쯤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아보니 필자의 가정의학과에 등록하고 있는 가족으로부터의 전화였다. 황급한 목소리로 『선생님, 코피가 납니다. 어쩌지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뭐 코피 좀 나는 것 가지고 야밤중에 단잠을 깨우는가』싶어 언짢았다. 그러나 환자에게 『몇 살이시죠?』하고 물은 다음 『50살입니다』하고 대답을 들었을 때는 이 환자는 반드시 응급전화를 해야만 할 입장이라고 생각 되어 환자의 「가정의」로서 오히려 감사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중년기의 코피(비출혈)는 대부분 심각한 질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나 젊은층에 있어서 코피는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중년기 이후의 코피는 건강의 중대한 적신호가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코피의 증상은 3살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사춘기에 최고조에 달했다 줄어든 다음 중년기 이후에 다시 고개를 든다.
젊은 연령층에서의 출혈은 대부분 코의 앞부분에 있는 카셀바크씨 지역에서 발생되어 코를 양쪽으로 꽉 잡으면 거의 멈추게 된다.
그러나 중년기 이후에는 대부분 코의 뒤쪽과 옆벽에서 출혈이 되므로 코를 아무리 꽉 쥐어도 코피가 멈춰지지 않는다. 특히 나이가 들면 핏줄도 늙어져서 근육의 위축이 국소적으로 일어나 핏줄이 쉽게 파열되면서 코피를 잘 흘리게 된다.
코피의 종류를 그 이유에 따라 크게 나누어 전신성 코피, 국소적 코피로 나눈다. 젊었을 때는90% 이상이 국소적이고 중년기 이후에는 전신적인 이유가 더 많다. 국소적인 이유로서는 대부분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 코에 직접적인 충격 및 자극, 또 코를 쑤셔서 생기며 이외에도 기후가 건조할 때 코피를 흘리게 된다.
중년기 이후, 특히 전신적인 이유에 의한 경우는 잘못하면 코피로 인해 생명을 잃는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고혈압 환자에서 코 속의 핏줄이 동맥경화를 일으켜 정상적으로 피를 응고시키지 못할 때 코피를 흘리게 된다. 또 혈액을 응고시키는 작용에 이상이 생긴 경우 즉 간장 질환 비타민 부족 등에 의해서도 코피가 난다. 코피를 흘리는 경우 80% 이상에서는 우리 몸의 생리 작용에 의해 아무런 처치 없이도 자연히 멈춰진다.
코의 전면에 상처를 입는 등 여러 원인에 의해서 생긴 국소적 코피는 엄지손가락과 인지로 코의 양쪽을 5∼10분 정도 눌러주면 대개는 멈춘다. 그래도 안멈춰 질 때는 병원에서 코 속을 들여다보고 출혈점을 찾아 전기나 질산은으로 지져 출혈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고혈압·간장 질환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이 코피를 흘리게 되는 경우는 수술로 혈관을 잡아 매줘야 될 때가 많다.
결론적으로 중년기 이후 코피를 흘리는 경우, 특히 이유를 모를 때는 병원을 찾아 철저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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