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쿠바군 증강"탐지 재빨리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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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쿠바는 미국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고 훨씬 중무장한 공병대 1천여명을 그레나다에 주둔시키고 있었다. 27일 이 사실을 밝힌 「래리·스피크스」 백악관부대변인은 미해병대가 상륙했을 때 쿠바는 그레나다에 주재하고 있는 쿠바인들이 공항건설 노동자들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은 쿠바군대령의 지휘하에 공항건설을 하고 있었던 중무장한 전투공병대대였다고 말하고 그 숫자도 당초 예상했던 6백명의 2배에 달하는 1천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쿠바가 수일내 그레나다 소국에 쿠바군 상당수를 증강시킬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선제공격을 감행했다고 백악관 관리들이 말했다.
이 관리는 『미군이 그레나다침공 바로 전날인 24일 쿠바 최고의 군사고문이 그레나다에도착했다는 정보 판단에 따라 쿠바의 수개 전투 대대가 뒤이어 그레나다에 도착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고 말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28일의 연설에서 쿠바의 그레나다 점령 계획이 여러 증거들로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TV방송들은 27일 미국에 침공구실을 준 지난주 유혈쿠데타의 지도자 「허드슨·오스틴」 장군이 쿠바나 가이아나로 보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BS-TV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오스틴」 장군이 쿠바행을 희망한다고 전했으며 ABC는 그가 가이아나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틴」 장군의 저항기지로 알려진 그레나다의 포트 프레드릭은 26일 미군에 의해 함락됐으나 「오스틴」장군이 그곳에 있었는지 체포됐는지의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정보 소식통들은 「오스틴」 장군이 남부 그레나다에서 인질들을 붙잡고 버티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레나다 미상륙군은 27일 그레나다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진지로 알려진 리치먼드힐교도소를 점령했다고 미국방성 소식통들이 밝혔다.
그러나 수비군들은 정치범 1백명을 인질로 잡은 채 마지막으로 필사의 저항을 하던 곳이다.
그레나다 침공계획에 대해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려던 미정부의 노력은 백악관내에 불화를 야기 시켰으며 「레이건」 대통령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미정부 관리들이 27일 밝혔다.
또 백악관 소식통들은 「래리·스피크스」 백악관부대변인이 자신에게 그레나다 작전의 진행사항을 알려주지 않은데 대해 항의하는 서한을 「제임즈· 베이커」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백악관 소식통들이 이 날 밝혔다.
「조지·볼」 전미국무차관은 27일「레이건」대통령의 그레나다 침공행위는 「케네디」 행정부 때의 쿠바 미사일위기와 비교해 볼 때 무분별한 짓일 뿐 만 아니라 웃음거리라고 비난했다.
「볼」 씨는 쿠바사태의 경우 우리들은 현존하고도 명백한 위험이 되고 있던 소련미사일의 배치에 직면하게 되었지만 이번 그레나다사건은 그와 다르다고 말하고 인구가 한줌도 채되지 않은 그레나다에 미사일이 배치된 것도 아니고 비행장 1개정도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레나다에 대한 미군의 기습 상륙작전으로 별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그레나다총독 「폴·스쿤」 경(48)의 이름이 전세계의 관심을 끌게되었다.
한때 교사를 지낸바 있는 그레나다인 「스쿤」 경은 지난 4년간 그레나다를 이끌어 온 좌경 마르크시즘 정권이 26일 미군에 의해 무너진 뒤 미행정부로부터 새로운 그레나다 정부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는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군함 내에서 보호를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 그레나다 상륙작전에 참가한 도미니카공화국정부에 따르면 그레나다에 좌익쿠데타가 있은 직후 그레나다 상륙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나다에서 26일 미군용기편으로 미본토로 철수한 민간인 3백77명 가운데는 2명의 한국인을 포함, 모두 34명의 외국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들의 신원은 그레나다수도 세인트조지의 의과대학 1학년에 재학중인 오일환씨(25)와 「토미·최」 라고만 알려진 사람인데 오씨는 재미교포인 것이 확인됐다.
「래리·스피크스」 백악관부대변인과 「앨런·롬버그」 국무성대변인은 철수 민간인들의 국적이 미국·한국·영국·프랑스·인도·필리핀·서독·터키·레바논등 14개국이며 이들은 모두 미사우드캐롤라이나주 찰스턴으로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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