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등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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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멘트공장의 한 사원이 히말라야의 두 고봉을 잇달아 정복했다. 제천 알파인클럽 소속의 허영호씨. 지난해 5월 마칼루봉(8,481m·세계5위)에 이어 이번엔 마나슬루봉(8,156m·세계7위)에 올랐다.
마나슬루봉은 바로 한국 등반사의 비극이 서린 곳. 지난 71년 3월 김기섭씨가 등반 도중 제트기류에 휘말려 첫 조난을 당했다.
이어 72년 4월에는 동생의 한을 풀어주려고 도전했던 김고섭씨가 눈사태를 만나 대원 4명, 포터 10명이 모두 참변을 당했다. 이 사고는 히말라야 등반 사상 두번째의 큰 사고로 국내외 산악인에게 충격을 주었다.
두 동생을 잃은 맏형 김정섭씨가 76년 3차 등정을 시도했으나. 부상해 철수했다. 과연 마나슬루는 끝내 한국인을 거부하려는가.
그러나 이 마의 산은 4년 뒤 끝내 한국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80년4월 당시 대학 3년생인 서동환대원이 처음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결국 이번 허영호 대원의 등정은 한국인으로선 두번째가 되는셈.
헝여호씨의 이번 등반은 또 한국인 최초의 단독등반이라는데 큰 뜻이 있다. 단독등반은 대부분 무산소등반을 뜻하는데, 허씨가 과연 무산소등반을 했다면 한국인 최초의 기록이 될 것이다.
무산소등반은 산악인들이 점차 험준한 코스에 도전, 소수 정예주의를 택하는데 따른 필연의 결과다. 단독등반 때는 짐무게를 15kg이하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예비 산소탱크를 가져갈 수가 없다.
무산소 단독등반은 78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메스너」 가 첫 기록을 세웠다. 그 뒤 네팔의 셰르파 2명이 또 무산소등반을 기록, 그 나라의 훈장까지 탔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인 「래리·닐슨」 과 셰르파 1명이 역시 무산소등반에 성공했다. 모두 에베레스트산에서 세운 기록이었다.
그러나 무산소등반엔 엄청난 모험이 뒤따른다. 탈진상태가 빨리 오고 등반시간이 지체될 경우 죽음까지 각오해야 한다. 철인이라 불린 「매스너」 조차 『더 이상 그런 고통은 맛보고 싶지 않다』 고 후일 술회했다.
그런데도 모험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자주 이런 등반방식을 택한다. 훈련은 최종 캠프까지는 산소 마스크를 벗고 정상 정복때만 마스크를 낀다. 점차 마스크 끼는 시간을 줄여 고소적응력을 기른다.
일단 무산소등반에 성공하면 산악인의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닐슨」 의 경우에도 전미국의 산악인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마나술루봉은 56년 일본의 「마끼」 가 첫 정복한 이래 일본인이 유난히 많이 도전하는 산이다. 비극을 딛고 한국 산악인이 장한 기개를 떨친 데에 박수를 보낸다.
※고침=어제 본란에서 작곡가 「디베드」는 「마이클·티페트」(영)의 오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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