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본궤도 오르는 프로축구 불꽃튀는 선수 확보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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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슈퍼리그의 출범 첫해를 요란스럽게 보내고 본격적인 대회전을 기대하면서 내년 시즌의 채비를 차리고 있는 프로축구계에 활발한 재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축구계는 두드러진 우수 선수의 부족 때문에 은밀히 추진되는 스카우트의 경쟁이 치열한 금전과 지략의 싸움으로 불꽃을 튀기고 있으며 각 팀은 스카우트의 진척 상황을 극비에 붙인 채 서로 다른 팀 소속의 선수를 탈취(?)해 가기도 하는 흥미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 프로팀은 체육부와 대한축구협회의 지침에 따라 아마추어 팀을 별도로 육성, 클럽 시스티 을 구축해야 하므로 선수 스카우트의 규모는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하는 대우와 포철은 11월 중순까지 신생팀인 현대와 럭키 금성은 12월 초순에 각각 출범할 예정이며 또 이들 4개 구단의 신설 아마추어 팀도 연말까지 조직되기 때문에 축구계의 일대 새로운 판도를 형성할 현재의 선수 대이동의 결과는 12월에 가서야 확정된다.
많은 선수들은 2개 이상의 팀에 교섭을 병행 유리한 조건을 탐색하는 눈치작전을 펴고 있어 각 팀은 선수 포섭과 이탈 방지에 혈안이 되어 있고 따라서 최후의 순간에 선수들의 향배가 뒤바뀌는 촌극도 심심찮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선수 이동 중 특기할 만한 것은 프로의 선두 주자인 할렐루야와 유공으로부터 다수의 베테랑 선수들이 이탈한 것이다.
올해 슈퍼리그에서 할렐루야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던 LK 박창선이 대우로 이적한 것을 비롯, 유공의 상동이 형제 김강남·성남 형제도 역시 대우로 옮겨갔다.
박창선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할렐루야를 떠날 의사였다가 끝내 결행했고 김강남·성남 형제는 유공에서 주전 선수로 기용되지 못해 형인 김정남 코치와 불화까지 빚었다가 협의 끝에 방출된 케이스다.
또 유공의 주요 공격수였던 황석근은 아마추어인 한일은행으로 옮겨갔고 유망 링커로 지목되던 김용해도 방출, 현대로 갔다.
유공은 결국 5명의 선수를 내보낸 대신, 한일은 소속의 이상룡과 고려대를 졸업하는 정종수를 비롯, 젊고 패기에 찬 6명의 신예를 스카우트, 전체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반면에 할렐루야는 심각한 수렁에 빠진 인사. 박창선에 이어 주전 센터 포워드인 오석재, 링커 박상인, 수비 최종덕·홍성호 등이 잇따라 빠져나갈 움직임이다.
일부에서는 팀의 운영에 매우 소극적인 구단측의 태도 때문에 자칫하면 할렐루야 팀이 와해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다. 그래서 할렐루야는 11월 초 선수들을 소집, 모종의 대책과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할 예정.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석재는 럭키 금성으로, 박상인과 최종덕은 현대로, 또 홍성호는 대우로 각각 이동할 공산이 크다.
럭키 금성은 오석재 외에 이미 GK김현태 서석범, 수비 권오손과 강득수(연세대), 공격 김광훈 등 아마추어 실업팀의 노른자위들을 다수 확보했으며 대우에 있던 FW 민진홍과 LK심재흠을 넘겨받기도 했다.
허정무와 GK 김황호 등 대어를 일찌감치 확보해 놓은 현대는 현재 15명 정도를 스카우트했으며 이중엔 국가 대표 출신인 FB 김한봉(주택은) 김평석(광운대)과 홍콩에서 활약하다 귀국한 FW 이강민 이상철(대우) 백종철(경희대), FB 진장상곤(제일은)이 포함돼 있다. 또 한일은 선수 2명, 현대자동차 선수 2명에 영남대와 인천대로부터 윙플레이어 1명씩을 스카우트했고 네덜란드 프로인 필립스 아인트호벤으로부터 1명, 아프리카의 가나로부터 2명을 수입해 오기 위한 교섭이 진행 중이다.
유공에 새로이 입단한 선수는 이상룡과 정종수 외에 FW 백현영(해롱) 김충환(연세대), LK 김영우(단국대), FB 유무롱(통진종고) 등이다.
또 현 국가 대표 주장인 FB정용환(고려대) 이천홍(명지대), LK 김기윤(관동대), GK 오세권(웅비)은 자격 정지 중인 FW 변병주(연세대)와 함께 대우로 들어갔고 한때 돌풍의 센터 포워드로 각광을 받았던 노인호(명지대)는 현대와 대우의 줄다리기를 받고 있으나 입단 계약의 공증까지 마친 현대로 낙착될 것이 유력하다.
한편 지도자들의 이동도 대거 이뤄져 대우 장운수 감독을 총감독으로 승격시키고 전화랑 감독 조윤옥씨를 프로팀의 감독으로, 장원직 코치를 신설될 아마추어 팀의 감독으로 선임했으며 김희태와 조광래를 각각 아마추어 팀과 프로 팀의 선수 겸 트레이너 내지 코치로 임명할 것을 검토 중이다.
포철은 이미 신설 아마추어 팀의 감독으로 장지언 전 영남대 감독을 임명해 놓았고 국민은행은 노흥섭 감독을 부 감독으로 하고, 임창수 전 인천대 감독을 새 감독으로, 서독에서 돌아온 김진국씨를 선수 겸 트레이너로 임명했다.

<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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