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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해야한다…"엔 일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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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민정당의 당직자들 입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민심의 소재파악」 이니 「국민신뢰회복」 이니 하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개각후 처음 열린 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도 주로 민심과 관련된 정부나 민정당의 자성과 앞으로의 대책이 집중 거론되었다.금년 들어서만도 명성사건·영동개발금융사고등 대형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진데다 KAL기사건·버마암살폭파사건등 충격적인 사건으로 집권 민정당으로선 무언가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하게된 것 같다.
권익현 사무총장이 『내년 10월12일 이후면 언제든지 국민의 심판을 받게되므로 들떠있는 민심을 빨리 수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고 새 내각에 주문한 것도 결국 궁극적인 책임은 선거를 통해 집권당이 지게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민정당 의원들이 내년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하느냐는 걱정들을 하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잇달은 사건·사고로 인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지 않고는 선거 치르기가 어렵다는 걱정이 많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민정당이 창당후 내세웠던 개혁주도 정당이라는 기치조차 퇴색되어가는 느낌이 든다는 자성의 소리도 있다.
집권당이 일관성있게 추구하는 국정에 대한 원칙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속에 휘말려 단견의 처방만으로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소리도 없지 않다.
『2년반 전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으나 지금은 다소 퇴색한 감이 없지 않다』 는 권총장의 지적도 이 같은 당 분위기의 반영으로 보인다
그래서 민정당 안에선 올바른 처방을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듯 우선 정확한 민심파악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는 듯 하다.
이종찬 원내총무가 당정조정회의에서 『택시를 타면 많은 운전사들이 정부를 비판하는데 그 이유를 파악해 보았느냐』 『공무원 자제중에 문제학생이 있는건 이들 공무원이 밖에서 하는 소리와 집에 들어가 하는 소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냐』 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정부가 현재의 민심소재조차 파악치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표시다.
이 회의에선 『일부 공무원 부인들이 몇백만원하는 고가의 보석을 스스럼없이 구입하고 있다』 『공직자 아들이 학교에 가서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는한 우리나라는 안된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는등 공직자의 수신에 관한 반성도 있었다.
민심파악을 위해 당에서는 국회의원들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원총회를 열어봐야 발언자가 별로 없는 체질이라 공개회의보다는 보고서·조사서 형식으로 각 지구당과 의원이 파악하고 있는 민심의 동태와 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작정이다.
또 당직자들은 당직자대로 민심파악을 위한 개별적인 활동을 하고있다.
이종찬 원내총무가 최근 모범운전사회를 방문해 택시운전사들의 불만이 무엇인가를 파악했고, 정석모 정책위의장은 가톨릭실업인 30여명과 조찬을 갖고 경제현황에 대한 의견을 청취.
권총장도 오는 27일 여성지도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여성계의 의견을 듣는등 사회각계와 활발한 접촉을 할 태세다. 특히 야당과의 접촉이 어느 시기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앞으로 야당의 창구 역할을 보다 많이 해야겠다』 는 이우섭 정무장관의 취임인사나 권총장이 정부에 『대야관계를 원만히 하라』 고 주문한것등 야권의 의사르 되도록 많이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24일 저녁에는 진의종 국무총리초청 3당대표모임이 있고 26일께에는 정래혁 민정당대표초청 3당 대표회담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민정당은 일련의 대야접촉을 앞에 놓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하나하나 점검해 갈 계획이다.
따라서 3당 대표회담이나 총무·당직자간 접촉에서 국회운영제도연구 5인소위가 손을 든 국회법개정문제를 결말짓는등 일련의 정치현안들을 비교적 활발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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