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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 지킬수록 문화 더 잘 보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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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플래시 쓰시면 안 됩니다." "아, 예…." 스트로보를 펑펑 터뜨리며 척화비를 찍고 있던 30대 남성은 자원봉사자가 다가오자 당황하며 카메라를 내렸다.

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 역사관. 전시실 벽 곳곳에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전시실에서는 전시품을 만지거나, 플래시.삼각대를 이용한 촬영을 금지합니다. NO FLASH' '쾌적한 전시환경 조성을 위하여 전시장 내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엄마가 몇 번 얘기했어. 거기 매달리면 안 돼." 백제실에서 백제금동대향로를 감상하던 한 엄마는 전시물 보호대에 매달린 아이를 따끔하게 가르쳤다. 옆에서 주의를 주려던 자원봉사자는 멋쩍은 듯 다른 자리로 가버렸다. 아이를 챙긴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보라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개관 1주일을 맞은 박물관은 지난 주말보다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단 1주일에 20만 명이 몰려든 새 박물관은 몸살을 앓았지만 하루하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관람 예절을 지키지 않는 몇몇 입장객 때문에 분위기가 흐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박물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서영애 국립중앙박물관 교육홍보팀장은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 예절을 익히고 일상화하는 교육장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관람문화 선진화는 시간 문제"라고 오히려 자신했다. 일부 입장객이 음식물과 주류를 싸와서 펼쳐놓거나 크게 떠들고 웃는 일은 박물관 관람 경험이 없어 박물관을 노는 곳으로 착각해 빚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증거다. 개관 첫 주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go.kr) 방문자는 31만 명으로 그 전 주에 비해 15배 늘었다. 이 기간에 실제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10만 명이었으니 그 세 배 이상 되는 이가 인터넷에서 박물관 예습을 했다는 얘기다. 무엇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관람해야 하는지, 집에서 미리 익히고 오겠다는 관람객의 열기가 느껴진다.

관람문화 개선을 위한 박물관 측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9일 박물관 교육관에서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를 초청해 초등학생 학부모를 위한 무료 특별강좌를 마련했다. 대중미술책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이씨는 세계 각국의 박물관.미술관의 명화감상법과 현장문화재 감상방법 등을 알려준다. 아이를 데리고 박물관을 찾으려는 부모가 미리 들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특강에 참여하려면 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02-2077-9359.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은 관람 예절을 애니메이션 영상물로 만든 '멋진 관람 우리들의 약속'을 선보였다. 애니메이션 '오세암'의 주인공 '길손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애니메이션은 즐겁게 관람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꾸몄다. 박물관 측은 영상물을 전국 6000여 곳의 초등학교와 각 문화기관에 무료로 나눠주고 그밖에 원하는 곳은 홈페이지(www.nfm.go.kr)로 신청하면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02-3704-3122.

글=정재숙,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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