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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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평」자의 기원은 좀 의외다. 고문을 보면 「우」 와 「팔」과의 힙자. 「우」(우)는 원래 말이 술술 나온다는 뜻이다. 「팔」은 흩어진다는 의미.
결국 막힘이 없이 말을 쏟아낸다는 뜻이 원래의 「평」자가 갖는 뜻이다.
「화」자는 악기의 음률을 맞춘다는 뜻.
한자 「평화」의 어원을 짐작할수 있다. 입이 무거운 사람을 군자로 여기는 동양에서 조차도 「평화」의 조건을 대화에서 찾고 있다.
영어로 평화를 의미하는「피스」의 어원은 약속(pact) 이다. 약속은 일종의 신사도다. 서로가 이익과 불이익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때 약속이 가능하다.
바로 그런 「평화」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역사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압도적이다. 정치인들, 아니면 변호사 같은 법률가들.
물론 그중에는 「국제적십자」사를 창립한 「앙리.뒤낭」같은 평화주의자들로 적지 않다. 북극탐험가이며 제1차 세계대전때 포로송환과 난민구호에 팔 걷고 나섰던 「F.난센」(노르웨이)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01년 노벨상이 수여되기 시작한 해부터 지금까지「평화상」수상자는 모두 67명. 대상자가 없어 그대로 넘긴 해는 16년. 여기에 제2차 세계대전중인 1940년부터 42년까지 치면 19년이나 시상이 없었다.
새삼 이 지구의 현실이 얼마나 황량한가를 알수 있다.
더구나 1978년 중동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두사람 가운데 한사람인 「베긴」이스라엘 수상은 재임중 레바논 난민 학살사건의 오명을 남겼다.
인지반도의 30년 전화를 껏다고 축배를 들었던 「키신저」(당시 미국무장관)도 「레.둑.토」(당시 월맹 정부고문)와 함께 그 상을 받았었다.
오늘의 월남, 이곳을 뛰쳐 나오는 무수한 보트 피플(난민)을 보는 「키신저」의 심정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뒤집어 생각하면 「평화」란 마치 얇은 유리로 만든 꽃과 같아 언제 부서질지 모른다. 평화란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가야하는 과정」인 것도 같다.
『단순한 정쟁의 부재가 평화는 아니다』고 한 「J.F.케네디」의 말이 새삼 인상적이다.
바로 오늘의 세계현실은 그 말을 다시 음미해보게 한다. 세계 도처엔 조용한 전쟁들이 계속되고 있다.
소련의 군화에 짓눌려 있는 폴란드는 그 대표적인 예다.
「바웬사」는 그런 소리없는 전쟁의 영웅이다. 그는 말과 행동으로 평화를 증언한 사람읻.
그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것은 새삼 현대 세계에서의 평화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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