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이승만 대통령<51>|프란체스카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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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해안쪽으로 북진했던 우리국군이 미제10군단을 10여일 앞질러 먼저 원산을 점령하는 바람에 잔뜩 약이 오른 「워커」장군의 경쟁자 「앨먼드」장군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했다.
북한에 우리행정권이 미치지 못하게 미국무성과 유엔군이 방해를 해서 지방주민으로 구성된 임시치안대와 주민들의 보복행위가 심해서 선량한 동포들까지 피해가 극심하다고 했다.
원산 환영대회 참가
대통령은 원산시민들의 환영대회에서 『통일을 목전에 두고있는 지금 과거 외세에 강제된 사상으로 저지른 죄과는 관용하고 같은 민족끼리 서로 돕고 사람하며 일체 보복을 하지 말자』고 타이르는 연설을 했다고 한다.
평양 쪽을 점령하고 있는 미8군의 장교들은 전투가 아직 진행중인동안은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삼가도록 건의해 왔으나 평양방문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기어이 할 것이라고 대통령은 단호히 말했다.
평양을 다녀온 「헬렌·킴」은 그곳의 고적과 국보와 문화재들이 전쟁으로 많이 소실되고 피해가 크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종합하면 소련대사관 근방에 집중되어있는 평양시가지의 러시아장교주택의 창고에는 포도주와 보트카와 캐비아 같은 고급음식과 화장품이 값비싼 물건들과 함께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김일성의 집무실도 「스탈린」의 초상이 걸려있는 4개의 방을 거쳐 들어가야 하는데 호화롭고 사치스런 양탄자와 값비싼 가구로 휘황찬란했고 거대하고 위압적인 마호가니책상 양쪽으로 김일성과 「스탈린」의 흉상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김일성의 방공호 속에는 오르간이 있고, 축음기가 갖추어진 음악실이 있으며 이발실이 달려있었다고 한다.
10월27일.
대통령은 오늘 서울운동장에서 개최된 군민대회에서 누구나 다 방한간이라도 나누어 살며 전재민과 함께 무사히 이 겨울을 넘기자고 호소했다.
그리고 우리도 경무대같이 넓은데서 우리내외가 거처하기는 너무 넓고 미안해서 정부기관에서 함께 쓰도록 하고 우리는 조그만 거처 하나를 만들어 거기에 거처할 예정이니 일반국민도 서로 도우며 일해나가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치사를 했다.
남북주민 협조당부
「딘」소장이 서울로 압송도중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확인된 보고는 아니다.
제 6사단의 우리국군용사들이 어젯저녁 한만국경에 도달했다고 신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해왔다.
대통령은 남북한 동포들은 서로 협조하도록 당부하는 방송을 했다.
우리민족이 한데 뭉쳐 합심해야만 통일을 이룩할 수 있으며 우리 모두 단군의 한 핏줄을 이어받은 형제자매니 서로 잘못을 용서하자고 호소했다.
수복직후 지방에서는 불행한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서울이나 기타 도시에서는 보복행위는 거의 없었다.
어찌할 수 없는 몇몇 개인적인 경우가 있었으나 우리정부가 강력히 이런 일을 반대하며 제지하고 있다.
대통령은 한국을 위해 미국에서 일하며 여러모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있는 「올리버」 박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올리버」 박사가 그와 각별한 친분이 있었던 영문학자 이인수교수에 대한 구명을 호소해온 장문의 전보문에 대한 회답이었다. 이교수는 공산당의 서울점령 3개월 동안 공산당을 위한 방송에 참여를 해와서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올리버」박사 내외분께.
특무대는 이인수교수가 인천에 은신중인 것을 찾아냈으며 우리는 모두 이교수에 대하여 크게 근심하고 있읍니다.
불행하게도 이교수는 서울을 떠나려는 생각도 없었고 오히려 공산당을 환영했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에게 알려진 두드러진 죄과 때문에 이교수를 석방하기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의 교육등으로 보아 이교수는 지금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인재이지만 우리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읍니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몇몇 사람들과 의논하였으니 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나는 그가 영국에 있었을 때의 그의 배경에 대해서 귀하에게 글로 설명한 일을 기억하고 있읍니다.
「무초」대사는 어제 동경과 워싱턴을 방문 차 이곳을 떠났읍니다.
나는 내 나라의 국가원수로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사에게 말했읍니다.
대사는 이곳의 실정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습니다.
월동식량확보 시급
내가 우리의 권리를 이토록 고집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미안한 일이지만 모든 일이 진행된 뒤에 가서보다는 지금 이 문제를 결정짓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대사에게 나는 말했읍니다.
내가 이번에 전달받은 작전명령서에는 국제연합군이 북한지역을 수복한 상태 그대로 통치할 것이 분명하며 유엔은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해 관여하지 않도록 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읍니다.
앞으로 어떤 모양의 선거가 실시될 것인지 귀하는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입식으로 세뇌되고 공산당이 일러준 말만을 알고있는 북한주민들은 자기네 지역을 다스리고 있는 외국인만을 눈으로 보고 대한민국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 확실합니다.
이 사람들은 국제연합이나 미제국주의자들의 괴뢰가 되기를 원치는 않을 것입니다.
당장 우리국민에게는 군정을 위한 작전명령서보다는 실지로 더 급히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읍니다.
우리국민이 지금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식량입니다.
대만으로부터 들어온 약간의 긴급용 보급물자와 식량이외에는 뚜렷한 월동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적시에 필요한 물자를 보급해주지 못하면 국민들이 살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식량문제는 절실한 것이나 아직 확실한 대책이 논의된바 없읍니다.
이미 서리가 내리고 추수기는 벌써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식량수확은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남한의 식량은 우리 손에 남아있지만 북한의 식량은 모조리 공산군들이 빼앗아 가버리고 없다고 합니다.
미, 한국견제에 신경
북한주민들이 굶주리고 있기 때문에 북진중인 우리국군들은 식량을 주민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 하루 세 번의 식사를 두 번으로 줄이기도 했다는 보고를 받았읍니다.
북한으로 식량을 보내려면 적어도 한달 이상은 걸릴 것입니다.
지금부터 우리 돈으로 열심히 구호미를 사들여서 보낸다해도 시간은 더 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국제연합군과 군정당국은 식량운반 같은 시급한 문제보다는 주민을 다스리는 방법과 대한민국을 여기서 제외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만 의논을 거듭하고 있답니다.
그들은 군사적인 각도에서만 일을 생각하는데 이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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