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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 대신 무기 지원 … ‘오바마 전쟁 스타일’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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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합동기자회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지원을 놓고 다른 의견을 보였다. [워싱턴 AP=뉴시스]

테러 집단이나 반군에 맞서는 세력에 무기를 지원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간접 군사개입 전략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미군 지상군 투입은 피하고 현지 부대에 무기를 제공해 질서를 복원하겠다는 ‘오바마 스타일’의 군사 전략을 놓고 ‘더 달라’ ‘주면 안된다’ ‘줬다 뺏겼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연합군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나친 개입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IS와의 전투에서 전략 요충지인 시리아 국경의 코바니를 사수해 주가를 올린 쿠르드족은 “지금까지 준 것으론 부족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쿠르드족 자치정부의 수반인 마수드 바르자니의 아들인 시르완 바르자니 장군은 9일(현지시간) CNN을 통해 “페슈메르가 전사들의 사망자 다수는 IS가 설치한 급조 폭발물에 당했다”며 “당장 장갑 차량, 중기관총, 대전차 미사일 등이 필요하다”고 중화기를 요구했다. 미국은 지난해 가을 IS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한 직후 IS 격퇴전에 동참한 쿠르드족에 1360t 분량의 개인 화기를 공급했다. 수류탄 1만5000발, 소총 1만8000정, 유탄발사기 2800정 등이다. 그러나 탱크와 야포로 무장한 IS를 소총과 유탄발사기로만 대적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 내 매파들도 가세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쿠르드족은 우리의 지상군”이라며 추가 무기 제공을 주장했다. 그러나 쿠르드족을 중화기로 무장시킬 경우 터키와 이라크의 반발이 문제다.

 반면 우크라이나 내전을 놓고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 공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 반군을 계속 지원하는 데 발끈한 오바마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무기를 주는 방안을 꺼내들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상황 진전을 위해 무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안방인 유럽에 미군 화기가 들어오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번진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9일 두 정상은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공조를 과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견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인 여러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밝혀 향후 무기 제공 가능성을 남겨 놨다.

 미군이 준 무기를 적대 세력에 뺏겨 미군 전투기가 미제 무기를 파괴하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7일 “지난해 8월 8일 이후 IS를 겨냥한 1600여 차례의 공습을 통해 최소 184대의 험비, 58대의 탱크, 700대 안팎의 기타 차량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미군이 파괴한 장비에는 지뢰방호차량(MRAP), M1A1 에이브럼스 전차도 포함됐는데 모두 미군 육군의 장비다.

 무기를 주고 싸우게 한다는 ‘오바마 스타일’의 전쟁이 논란을 빚는 이유는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무기를 받는 쪽이 감당할 능력이 안 되거나 목적에 맞게 쓰지 않을 가능성까지 있어서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간접 전쟁은 4월로 예상되는 ‘모술 대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이라크는 IS가 장악한 모술 탈환을 위한 대대적인 지상전을 예고했다. 물론 이라크군과 쿠르드족이 주력이다. 하지만 모술 탈환전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미군 지상군 투입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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