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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오’로 1000억 매출 올리는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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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는 2008년~2010년 3년간 바이오기업 내츄럴엔도텍에 3억7000만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했다. 약용식물 백수오에서 여성 갱년기 증상 예방 물질을 추출하는 이 회사의 기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 회사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건강기능 신소재(NDI) 승인을 받아 충북 제천 농가 100여곳과 재배 계약을 맺었다. 백수오 관련 매출만 지난해 1000억원으로 2년전인 2012년(170억원)보다 6배 늘 정도로 성장했다. 농가도 연 50억원(한 곳당 5000만원)의 소득을 내고 있다. 백수오 재배 영농조합인 영동약초의 유덕종 사장은 “농가는 특용작물 재배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기업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함으로써 서로 ‘윈윈’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농가가 정부 R&D를 통해 동반 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R&D 예산으로 5년전보다 60% 이상 늘어난 2233억원을 책정했다. R&D를 통한 농가 소득 보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농식품부가 그리는 청사진은 크게 세가지(원료구매형·수출협력형·공동출자형)다. 원료구매형으로는 백수오와 함께 농심의 감자스낵 수미칩이 대표 모델로 꼽힌다. 농심은 2010년 정부 R&D 자금(7000만원)을 받아 수미감자를 스낵으로 만들었다. 고온에서 튀겼을 때 색깔이 변색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온 진공 튀김법을 도입했다. 전국 450개 농가가 농심에 수미감자를 납품해 연간 16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수출협력형과 공동출자형은 앞으로 가장 주목되는 형태다. 농가가 제품 유통 단계에 참여해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어서다. 국순당이 전북 고창에서 생산해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하는 복분자주가 이 두 형태를 모두 갖춘 모델이다. 국순당은 판매를 위해 고창 농가 농가 400곳과 공동으로 출자해 농업법인을 설립했다.

R&D가 농산물 생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판로 확대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농업 R&D의 미래다. SK텔레콤은 지역농산물 직거래를 원하는 농가를 위해 스마트로컬푸드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 전북 완주군의 1200개 농가가 참여한 것을 비롯해 올해는 경기 김포시 농가 1800곳을 포함해 총 3000곳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기업이 직접 영농에 참여하는 것보다 R&D로 투자하는 방식이 기업 이미제 제고는 물론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며 “농업계와 기업의 다양한 협력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져 확산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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