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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의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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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쇼핑몰 8층 화장품 면세점 코너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이소아 기자]
지하1층 수족관은 누수 현상이 나타나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소아 기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비공개로 들른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이다. 총리가 없던 일정을 만들어 찾을 만큼 현재 안전성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 곳이다.

 정 총리가 다녀간 직후인 낮 12시30분. 차를 몰고 제2롯데월드 주차장에 들어섰다. 주차장은 사전예약제다. 요금은 10분에 1000원. 그마저 3시간이 지나면 10분에 1500원으로 껑충 뛴다. 설립 당시 인근 지역의 교통체증을 우려해 서울시와 롯데가 합의한 내용이지만 시민 사이에선 불만이 많다.

 예상대로 주차장은 한산했다. 지하 2층인데도 아무 데다 맘 놓고 주차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총 2756대가 들어가는 주차공간에 하루 평균 530대만 주차한다. 80%는 비어 있는 셈이다. 비싸고 불편한 주차장을 피해 이면도로에 주차하는 사람이 많아 아파트마다 ‘이곳에 주차하지 마시오’란 현수막을 내걸었을 정도다.

 주말 점심 시간인 1시에도 5층 식당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곳곳에 휘날리는 ‘개장 100일 축하’ 깃발이 무색할 정도였다. ‘맛집’으로 알려진 유명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커피숍에는 손님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몇 테이블 건너 한 팀이 식사를 하는 정도였다. 3층에 입점한 한 스포츠 업체 관계자는 “확실히 개장때(10월)보다는 사람이 줄었다. 하루에 평균 20팀 정도 (매장에 들어와) 둘러본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제2롯데월드 쇼핑몰은 영업면적만 축구장 47개와 맞먹는다. 10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고용인원은 6000명이 넘는다. 반면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지난해 10월30일 개장 당시 10만명에서 올 1월 5만50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오후 3시30분. 외국인 밴드가 식당가를 돌며 연주를 하다 워낙 ‘관객’이 없자 그나마 사람이 많은 커피숍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일부 손님은 즐거워했지만 큰 관악기 소리에 대화가 들리지 않자 인상을 찌뿌리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제2롯데월드를 ‘께름칙하게’여기는 건 이유가 있다. 인구 1000만명이 사는 서울 한복판에 여의도 63빌딩 두 배 높이(555m)의 건물이 올라가는데 정작 안전에 대해선 누구 하나 속시원하게 설명을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김인선(경기 광주·48)씨는 “남한산성에서도 보이기에 구경을 오긴 왔는데 흔들린다고 하고, 물도 샌다고 하고, (타워가) 완공될 때까진 못 믿겠다”며 “안전이 문제가 된다면 롯데든 서울시든 확실하게 검사해서 조치하고 그래야지 왜 어정쩡하게 가만히 있는지 몰라”라며 안타까워했다. 큰 규모와 다양한 매장에 놀라워 하면서도 혹시나 안전 사고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사실 시민이 가장 불안해 하는 건 ‘지반 안전성’이다. 공사 과정에서 암반층의 지하수를 퍼냈는데 이 공간으로 근처 석촌호수 물이 들어와 지반이 약해져 싱크홀(도로침하)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재현 인제대 교수(도시공학)는 이날 통화에서 “석촌지구 싱크홀은 호수에서 물이 빠져서가 아니라 지하철 공사에서 현장관리가 잘못돼서 생긴 것으로 본다”며 “직경 50㎝~1m, 깊이 20~50㎝의 소형 도로함몰은 하수관 노후나 배수관 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조설계와 관련해서도 “시공이 잘 됐다는 전제하에 롯데월드타워는 설계하중(바람·지진·중력 등)의 2배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서울대 박홍근 교수)는 설명도 나왔다.

 어쨌든 서울시는 두 달 째 영화관과 수족관 영업재개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각각 진동이 느껴지고 물이 샌다는 이유에서다. 롯데 측은 두 곳의 보수를 마친 상태다. 이와 관련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롯데가) 서두르면 안 된다고 본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건가. 행정절차를 신중하게 밟는 게 시가 롯데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금씩 사정이 나아지고는 있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2000명 정도 늘었고, 특히 면세점이 들어선 7~8층은 중국인 방문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오후 4시. “와우! 고객님! 커피 음료권 2매 당첨되셨습니다!” 쇼핑몰 곳곳에서 개장 100일 맞이 ‘서프라이즈 경품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참여 고객은 열댓명에서 스무명 정도였다.

벤치에 앉아 쉬는 동안 경품 행사에 줄을 선 아내를 기다리던 허진(강동구·46)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그는 안전성 논란에 대해 처음엔 말을 아꼈지만 “마감재 균열이나 시공 중에 물이 새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규제가 지나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정답일지 모른다. “안전 문제잖아요. 서울시도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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