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러한 인물이나 동료들을 찾아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속히 내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기회를 놓치고있고 국내외의 우리 적들은 이것을 최대로 이용하고 있읍니다.
우리가 미국의 대한정책에 영향을 줄수있는 어떤 단체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임시위원희의 결의가 지금처럼 구체화 되지는 않았을것이고 국내에서도 상당한 싸움을 면할수 있었을것입니다. 나는 우리의 언론계 친구들에게 알림으로써 적어도 어느정도까지는 그것을 역전시키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했읍니다. 그러다보니자연 나는 미국과 국제연합을 무시하고 있는것으로 즉각 비난의 대상이 되었읍니다.
우리는 국제연합과 미국의 협조를필요로 하고 있기때문에 이러한 사태는 피해야 됩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미국의 선량한 국민들의 선의를 저버릴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늦추어지지 않도록 누군가가 뒤에서 일을 추진하고 언론에도 영향읕 주도룩 해야합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기대할만한 인사들을 미국에 못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곤경에 빠지게 될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맥아더」장군은북한처리문제가 국제연합에서 결정될때까지 국제연합군이 북한지역을 수복한상태 그대로 통치하기로 한다는 작전명령을 발표했다.대통령은 미국사람들은 누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면서 주민들을 다루어 나갈 것이고 숨어있던 공산분자들은 곧 전원이 돌아오게 될것이며 국민들은 확실히 혼란을 극하게 될것이라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면서 새벽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통령이 담요안으로 내 두손을 밀어넣는 바람에 자다가 나는 깜짝 놀라 깨었다.
평소에 대통령은 잠을 얌전히 자야된다고 하면서 간혹 내손이 이불밖으로 올라가 있는것을보면 주의를줄때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늘 조심을한다.
시집온 이후 남편이 잠못이루는 밤엔 비교적 자유롭게 자란 나로서는이중으로 고통을 느끼지만 워낙 큰책임을지고 있는 남편이기에 불만스러워도 나는 말없이 참고 지낸다.
부부가 살려면 누구나 서로 맞지 않는점이 있게마련인데 서로가 이해하고 양보해야 탈없이 지낼수가 있다고한다.
특히 밖에서 활동하며 괴롭고 아니꼬운 일을 참고 견디어내는 남편을 가정에서 아내가 감싸주지 않으면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수 없을뿐 아니라 생명이 단축된다고 나의 어머니가 시집오기전에 단단히 일러주었다.
전형적인 한국남편으로 나이차이가 많은 대통령과 나는 사고방식이나 뜻이 맞지않는때도 있지만 어려운 생활여건속에서도 늘 행복한 편이다.
변형태박사,이기붕씨부인,장덕수씨미망인 박은혜여사는 학교가 방학하는12월까지 미국여행을 연기한다고했다.
변형태씨가족은 모두 무사했다.우리가 염려하고 있는 구지사와 양주교는 아무래도 납북됐거나 실종된 모양이다.
구자옥경기도지사 후임에 이해익씨를 임명했다.
「무초」 대사는 경제전문가이며 우리와 가까운「레디」씨를 한국으로 돌아오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경제협조처 ECA에 자문해줄 사람이 없고 ECA는 우리에게 우호적인편은못된다.
대통령의 미국정책에대한 강경한자세가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길바랄뿐이다.
제발「맥아더」장군과는서로조금씩양보하면서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었으면 하고 나는 진심으로 바라고있다.
10월26일.
참으로 고마운 우리의 이웃이며 우방인 대만의 자유중국정부는 우리에게 대만쌀 1천t과 석탄 8천5백t, 소금 3천t, DDT 20t등 구호물자를 듬뿍 보내주어 부산항에 도착했다고 양지사가 보고해왔다.양지사는 또 대만에서 온 구호미 한말을 견본으로 경무대로 보내왔는데 저녁에 밥을 지어보니 우리나라쌀처럼 품질이 좋아서 밥맛이 좋다.
대통령은 두부에 새우젓을 넣고 끓인찌개와 함께 저녁을 맛있게 들었다.
지금 서울과 지방의 주부들의 걱정은 채소와 마늘·고추등 김장감들이 3배이상 올라서 날씨가 싸늘해짐에따라 김장걱정이 한결 더해간다고 이기붕씨부인이 말해주었다.
북진중인 우리국군이 곧 압록강에도달할것이라고 신국방장관이 보고해와서 대통령은 무척 기뻐하면서도 미국무성의 석연치않은 움직임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맥아더」 장군의 낙하산부대가 숙천과 순천에 낙하하여 「맥아더」 장군의직접적인 작전지휘를 받았는데 전과가 신통치 않았다고 정일권참모총장이보고해왔다.
「맥아더」장군은 국제연합에 식량 l백70만t과 공업용물자와 의료품을 요청했다고한다.
평양의 민정장교 「아키볼드·멜콰이어」대령이 65세의 교육자인 임준덕씨를 평양시장에 임명했다고 한다.
군당국은 또 해주시 행정관도 임명하리라고 한다.
어처구니 없게도 동해안의 항구도 시원산을 시찰코자하는 대통령이 원산방문허가를 얻기위해 미제10군단을 지휘하고있는 「에드워드·앨먼드」 장군에게 서면으로 허가를 요청해야만 한다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