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리, 내년도 뛸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세계 경제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금리인상 기조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이후 금리를 올려 온 미국이 내년에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으로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도 금리 인상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 미국, 내년에도 금리 올린다=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시장은 FRB가 이번 회의에서 3.75%인 연방기금 금리를 4%로 올릴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장은 오히려 내년까지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이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22개 미국 국채거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22개사가 모두 FRB가 1일 회의에서 금리를 4%로 올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17개사는 내년 6월 말 금리가 4.5% 이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ABN암로.베어스턴스 등 4개사는 내년 6월 말 금리를 5%, 리먼브러더스.도이체뱅크 등 5개사는 4.75%로 각각 전망했다. 1일 회의를 포함해 내년 6월 말까지 개최되는 FOMC 회의(6주마다 개최)는 대략 6회. 만일 금리가 5%까지 오른다면 여섯번의 회의 중 다섯차례 금리를 인상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금리가 내년에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미국이 견조한 성장을 계속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FRB가 경제성장을 조금 희생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2월부터 FRB 의장이 앨런 그린스펀에서 벤 버냉키로 바뀌지만 금리인상 기조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내년 6월 말 금리 예상치를 종전의 4%에서 4.5%으로 높이면서 "FRB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대응수위를 높여왔고, 아직은 이를 멈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유럽.일본도 가세=2003년 6월 이후 2년 이상 금리를 2%에 묶어뒀던 유럽중앙은행(ECB)이 곧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는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11월 15일 발표되는 유로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이 상당히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금리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또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유로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금융자본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이유로 FT는 ECB가 12월에 예정된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행(BOJ)은 3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현행 제로금리 정책을 일단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경제가 10여년간의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고 있어 금리인상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물가가 연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일본은행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해소됐다는 신호가 확인되면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시장에서는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는 연말을 전후해 일본이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