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프란체스카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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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연합 한국통일 부흥위원단(UNCURK)은 우리 나라가 적의 점령하에 고초를 겪으면서도 민주국가로서 얼마나 훌륭하게 대처하였는지에 관한 매우 유리한 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했다.
대한민국은 전시의 긴장상태에 대해 눈에 뜨일 만큼 훌륭하게 대처했다.

<"전화 훌륭히 극복">
정부기능은 여러 가지 애로·혼란, 그리고 위험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았다.
각 지방이 해방됨에 따라 민간행정은 단시일 내에 다시 회복되었다.
국회는 아직도 미숙하고 때로는 책임감을 못느끼고 있으나 능동적인 활동을 유지했다는 요지의 보고서였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대부분의 우리 공무원들은 박봉과 함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기임무를 수행했다.
대통령은 국제연합에 의해 한반도의 유일한 자주정부로 지정을 받은 독립국가의 원수로서 북한에 대한 권한을 맡을 책임과 자유재량을 가진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정부가 해방된 지역을 인수한다는 것은 당연하며 임명해 놓고있는 5명의 도지사들은 민간행정을 개시하여 임무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뒷날 북한주민들이 도지사를 자기들 의사로 선출할 때까지 행정의 공백상태를 두어서는 안된다.
이것을 마련할 법률이 지금 국회에 회부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토지와 통화에 대한 대책을 계획해 놓고 있다. 대부분의 통화는 공산당과 그들의 협력분자들의 수중에 있기 때문에 화폐를 바꿀 필요는 없다. 공산당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자기들의 돈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한에는 공산당의 화폐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돈은 오로지 공산당의 수중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공산당들은 막대한 액수의 통화를 시중에 풀어놓아 최하의 환율로도 화폐를 바꾸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통치법안 국회 회부>
토지에 관여하는 과거 소군정의 토지개혁이 어떤 토지도 양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토지의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땅을 가질 수 있다.
일본인들이 소유했던 땅만은 소작농부들에게 주어서 소출의 일부를 농부들이 정부에 공출함으로써 그 토지에 대한 댓가를 지불했다.
우리정부는 토지개혁법에 따라 이 토지를 처분할 것이다.
이런 것들과 함께 더 많은 정책이 발표되어 북한주민들은 열심히 지방행정부의 설립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통치를 남한에 국한시키고 공산당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북한의 모든 단체조직들을 존속시키려는 유엔임시위원회의 발표는 북한주민 모두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회의를 느끼게 하고 있다.
공산당이 있는 곳에는 평화가 존재할 수 없으며 아무런 해결 없이 세월만 흘러가는 가운데 질질 끌어갈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어떻게 미 군사당국에 법령에 따라 정부를 담당하도록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무초」대사와 미국측에서는 대통령에게 입다물고 있도록 부탁하고 있다.
대통령은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 동안에 미국측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우려하고 있다. 틀림없이 미대사관측에서는 국내언론을 조작하고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왜곡시킬 것이 뻔하다.
세계대전을 피한다는 것 이상으로 미국국민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자기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면서 그짓을 하고있는지도 모르며 전쟁은 연기되는 것이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는 생각이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련은 언제든지 준비만 되면 밀고 내려올 것이며 그들의 외교정책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세밀히 계획되고 거기에 따라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한국사람은 고사하고 미국인의 피의 댓가로 한국을 또다시 소련에 팔아 넘기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무성의 정책담당자들은 실지로 이러한 일을 하려고 하고 있다.
『국제연합은 북한에서 선거를 먼저 실시하고 나라를 통일시켜라』하는 식으로 소련이 조종하며 제안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전쟁에 대한 소련불간섭의 보상책이라는 것이다.
소련이야말로 이 침략군을 훈련하고 무장하고 지원한 선동자라는 것이 너무도 명확한 사실인데 또 무슨 증거가 필요하단 말인가?

<미, 한국정부 헐뜯어>
북한에서 이승만의 영향력을 몰아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유엔의 미국대표「워런·오스틴」과 미 국방성사람들이 우리국회의 불신과 반대를 들먹이면서까지 하고있는 비판은 대한민국정부는 인기가 없기 때문에 북한국민을 강제로 지배해서는 안된다고 미국주민을 설득시킬 구실을 만들 목적으로 꾸며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더불어 온 민족이 피 흘리며 귀중한 생명과 모든 것을 바쳐온 것은 오직 이 나라의 자유민주통일을 위해서임을 우리국민은 잘 알고 있다.
고난의 역사는 우리 당대에 겪어내고 우리 후손들에게는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은 어떠한 희생이라도 각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통일을 성취시키지 못한다면 장래 우리민족이 겪게될 더 큰 비극과 희생을 누가 막아줄 것인가?
이제 대통령은 몹시 화를 잘내는 고집 센 동맹자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부패하고 돈 많은 사람이라고 거짓소문을 퍼뜨려 고의적으로 대통령의 이미지를 흐리려고 하며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미국은 한국통일을 염원하고있는 대통령을 뒤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대통령을 통일한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고싶어하는 야심가라고 비꼬는 측도 있었다. 무리의 동맹자인 미국은 대통령의 생애의 과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어려운 속주머니사정을 우리 이상으로 잘알고 있다.
우리 나라가 힘을 길러서 우리 힘으로 똑바로 설 때까지 우리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극복해내야만 한다고 대통령은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다.
계획적으로 되풀이해서 들려주는 단순한 말들이 어느덧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다수의 선량한 미국시민들이 대통령을 잘 모르는 경우엔 오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역사가 증명해줄 때까지 우방의 친구들이 씌워주는 모욕과 누명을 우리는 참고 견디며 약소민족 지도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국토통일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
다만 하느님은 우리편에 계실 것이며 우리 국민은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헛소문에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심 없이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는 우리 국민들의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이 이 어려운 시기에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우리민족의 역사와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데 힘이 되어줄 것이며 이 나라를 지켜낼 것이라고 대통령은 확신하고 있다.

<마셜국무 임명 실망>
소련에 대한 「애치슨」의 태도가 대강 알려졌고 조만간에 소련과의 유화정책에 대해서는 다른 방침을 주장하는 사람으로 교체되기를 바랐는데 「마셜」의 임명은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마셜」은 중공의 겉만 보고 장개석총통에게 강제로 국공합작의 연립정부를 세우도록 압력을 가했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무성과 국방성에 어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를 지켜보며 기다려왔으나 이젠 기대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명성을 떨쳤고 현재 콜럼비아대학 총장으로 재직중인 「아이젠하워」원수가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다고 「존스턴」기자가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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