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왼쪽)·하영구 씨티은행장(오른쪽).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나란히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외국계 은행 출신인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1일 각각 통합 2기 국민은행과 '한미+씨티은행'의 통합 1기 선장을 맡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의 처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 같은 희비가 은행장들의 능력보다는 통합 1기와 2기라는 객관적 여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 행장은 특유의 꼼꼼한 경영 스타일로 리딩 뱅크인 국민은행의 수장으로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정태 전 행장이 물리적인 조직통합을 이뤄냈다면 강 행장은 이를 화학적 통합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직후 국민.주택.카드로 나뉘어있던 노조의 통합을 이끌어냈고, 본.지점 간의 높은 벽을 허무는 인력 교류를 단행했다. 동문회 등 사적인 모임을 전면 금지, 출신은행과 인맥.학맥에 따른 내부 파벌을 타파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자산건전성도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 6월 3.66%이던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올해 6월 2.51%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 순이익은 2408억원에서 8900억원으로 270% 급증했다. 대대적인 친절운동을 펼쳐 은행권에서 꼴찌이던 고객만족도를 선두권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 행장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출범 이전부터 옛 한미은행 노조가 금융권에서 최장기간인 18일간 파업을 했고, 출범 직후에는 씨티은행 노조가 또 파업에 나섰다. 최근엔 옛 한미은행 노조가 주택담보대출 취급 거부 등 태업 투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잦은 갈등은 임금 등 노사 간 쟁점이 표면적인 요인이지만, 옛 한미와 씨티은행의 서로 다른 업무 방식과 직급 체계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 행장은 이 같은 내부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 행장 체제의 통합 씨티은행은 고금리 예금 등을 내세우며 은행권의 특판과 마케팅 전쟁을 주도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실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여신과 수신 규모는 통합 당시보다 오히려 3조원 이상 감소했다.
나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