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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밑까지 쫓아간 박지원 … ‘비노 세력’ 중심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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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일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박지원 후보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러곤 인사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고 무대 밑으로 내려왔다. 단하로 내려가는 그에게 문 대표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나서는 그에게 심경을 물었다. “하하하”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러곤 “(결과엔) 당연히 승복해야죠. 선거 결과는 반드시 승복해야 되고…”라며 “승자가 잘해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당원으로 그 의무를 다할 겁니다”고 말했다.

 -아까운 패배다. 앞으로 협력을 어떻게 할 건가.

 “….”

 -룰 변경이 아깝게 됐다. 격차가 거의 없었다.

 “선거가 끝났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근소한 차이는 어떻게 해석하나.

 “우리 당의 계파정치가 청산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절반이 넘는 당원과 국민이 결정했다. 앞으로 문 대표가 공약대로 국민과 당원의 요구에 잘하시리라고 본다.”

 -앞으로 비노 진영을 이끌 거란 전망도 있다.

 “선거가 끝나면 승복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그는 서둘러 차에 올랐다. 일부 지지자가 따라 나와 “이번 선거는 무효다” “살림을 따로 차려야 합니다” “속았습니다”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다른 당원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느냐”며 이들을 막아서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후보는 문 대표를 턱밑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마지막 여론조사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박 후보는 일반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에게 28.6%포인트(문재인 58.05%, 박지원 29.45%)나 뒤졌다. 두 후보 측은 경선 막판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없음’이란 답변을 조사 결과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정면충돌을 했다. 그러나 중앙당은 결국 문 후보 측의 주장대로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답변을 조사 결과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박 후보 측 요구대로 ‘지지후보 없음’을 조사 결과에 포함시키고 ‘지지후보 없음’이란 답변 비율이 30%쯤 나왔다고 가정한다면 두 후보의 격차는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박 후보가 대의원 투표에선 밀렸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압도했다”며 “향후 호남을 중심으로 한 당 운영에 중요한 결정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왔다. 특히 이번 경선이 친노 대 비노의 대결로 진행되면서 박 후보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비노세력과 공조를 취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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