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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주택으로 대출받고 전세놓고…부동산 사기단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출금보다 집값이 떨어져 경매에 넘어갈 상황에 놓인 이른바 '깡통주택'을 이용해 부동산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형사2부(권순철 부장검사)는 5일 깡통주택을 사들인 뒤 주택담보 대출을 받고, 집을 임대해 보증금까지 챙긴 혐의로 정모(47)씨 등 부동산·대출브로커 9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을 도운 공인중개사와 법무사 등 5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대출 브로커 등 9명을 쫓고 있다.

정씨 등은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노숙인 등의 명의로 깡통주택을 구입하고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총 10억3500여만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다. 또 집을 임대해 전세보증금 7억8600여 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천지역의 깡통주택들을 노렸다.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에 따른 기대심리로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집을 구입했다가 경기 침체 탓에 집값이 떨어져 깡통주택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정씨 등 부동산 브로커들은 "압류·가압류·대출연체 많고 경매가 진행 중인 빌라를 산다"는 전단지를 뿌렸다. 이후 노숙인 등을 내세워 깡통주택을 사들였다. 매매 대금을 부풀린 '업(up)계약서'를 작성한 이들은 위조한 재직증명서 등을 이용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들은 수도권이 아닌 전남 영광, 전북 고창 등지의 금융회사에 대출을 신청했다. 인천지역 사정에 어두운 점을 노린 것이다. 정씨 등은 또 은행직원 조모(42·구속)씨 등을 소개받아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고 실제 담보가치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받았다.

대출은 받은 후에는 싼 값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세입자가 "집에 대출금이 많다"고 걱정하면 "이자를 잘 내고 있다"며 안심시켰다. 이후에는 고의로 이자를 연체해 경매에 넘어가도록 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 인천지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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