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니아」나 「카튜샤」는 모두 이름난 창녀들이다.
제정러시아 시절 한 공작의 애인이었던 「카튜샤」는 결국 창부로 전락, 어느날 법정에 선다. 살인절도 협의. 이 법정에 있던 배심원은 바로 문제의 공작「네플류도프」였다.
「소니아」는 살인범 「라스콜리니코프」라는 청년이 불안과 초조속에서 만난, 역시 창녀. 「톨스트이」의 『복활』과「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등장하는 인물들. 비록 비극의 주인공들이지만 아름답다. 모습이 아니라 그 마음이 감동을 주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네플류도프」를 뿌리치는 「카튜샤」, 한 창부「소니아」의 희생적인 사랑에서 오히려 순결한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라스콜리니코프」-.
역설같지만 세상엔 그런 진지한 삶의 풍경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명작이 아니라, 요즘 우리 주변에선 때아닌 정부들의 행열을 본다. 명성사건 관련자들로 은신하고 있던 자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정부집에서 모두 붙들렸다.
이들은 정부와 나란히 플래시의 세례를 받으며 수갑을 찼다.
그들의 사사로운 관계나 정리는 알바 아니지만 『정부와 나란히』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아니, 고소를 짓게 된다.
정부의 모습에서가 아니라 협의자들의 모습이 그렇다는 .얘기다. 너절해 보이는 정도를 지나 스산하고 황량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직업을 가지고, 혹은 돈을 벌었을까. 그처럼 무리하게, 그처럼 간교하게-.
『돈, 돈』하는 세태, 순리보다는 탐욕이 앞서는 영리 추구의 심리. 그 모든 것이 결국 정부와 나란히 법의 심리을 받아야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면 너무도 어이없다.
영국에 산업혁명이 일고 나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 있었다. 「새뮤얼·스마일즈」 의 『자조론.』
이 책은 근면과 계실, 책임감, 용기의 덕목을 교훈하고 있다.
영국이 한시절 세계의 1등 부국이었던 것은 그런 정곤문화에 힘입은바 크다. 한 사회의 발전은 공장의 굴뚝이나 기계의 톱니바퀴에만 달려있지 않다. 그 사회를 지탱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수준과 결단력이 오히려 더 큰 힘이되는지도 모른다.
『출세와 돈과 정부와…』.
이런 삶의 풍경, 이런 세태의 단면은 바로 그사회의 저력과 결집력을 손상시킬 뿐이다.
우리가 한탄해야할 것은 한 무모한 기업인의 전락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병들게 하는 「삶의지양」 상실이다. 가정도, 인격도, 신의도 모두 다 팽개친 삶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정부와 나란히』의 풍경을 보는 심정이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