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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테러 위험" 세계 곳곳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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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 폭탄테러 이후 추가 테러 경계령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대한 색출작전을 집요하게 계속하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국가들도 이슬람 무장조직 소탕전에 나서면서 대규모 테러는 잠잠해진 듯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로 지구촌이 순식간에 테러 비상에 들어간 것이다.

◆곳곳에서 테러 경계령=영국 정부는 15일 자국 항공기의 케냐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영국 교통부는 "케냐에서 영국 항공기에 대한 테러 위협이 매우 높으며 그 시기가 임박했다고 판단돼 케냐로 가는 비행기와 영국으로 오는 모든 비행기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가 동아프리카 국가로 잠입, 케냐에서 민항기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첩보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영국에서 특정지역 비행노선이 전면 금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외무부는 케냐에 대한 여행 자제도 권고했다.

이에 앞서 전날 동남아시아와 케냐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던 미 국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공격이 예상된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발표했다.

제다 주재 미 총영사관은 "제다의 알함라 소재 외국인 주택단지 공격이 가까운 장래에 감행될지 모른다는 보고가 들어와 교민에게 알리고 피신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이 테러 발생 예상국으로 지목한 케냐는 지난해 11월 몸바사의 한 호텔에서 이스라엘인 3명 등 15명이 숨졌던 자폭차량 테러사건의 용의자를 15일 공개수배했다.

수배된 파줄 압둘라 모하메드는 1998년 케냐.탄자니아의 미 대사관 동시 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미 연방수사국(FBI)이 추적 중인 인물이라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레바논에서는 군 당국이 미 대사관 공격을 기도했던 테러 용의자 9명을 체포해 알카에다와의 연관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고, 파키스탄에서는 14일 알카에다 조직원 한명이 체포됐다.

하판 알하심이라는 이 조직원은 체포 당시 위성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등으로 다른 조직원들과 연락하려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외무부도 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필리핀.동티모르.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6개국을 무더기로 테러 위험국으로 지정, 자국민들에게 테러 경계령을 발동했다.

◆미국은 국제사회 압박=스콧 매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사우디아라비아는 대(對)테러전에 지금보다 더욱 힘을 써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압박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2일 연쇄 테러 직전 미 정보 당국에서 구체적인 테러 첩보를 전달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케냐에 대해서도 미 국무부는 "케냐가 후속 테러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며 테러 예방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미국이 이같이 국제사회 압박에 나선 이유는 알카에다의 조직이 건재하며 추가 테러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당국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서울=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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