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산층 무너지고 있다 … ‘IMF 저승사자’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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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립튼

데이비드 립튼(David Lipton)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4일 “한국은 사회적 계층 이동이 어렵고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재분배 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날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했다.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 직후 방한했던 그는 당시 기업 구조조정 등 IMF 구제금융 계획의 실행을 진두지휘했다.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IMF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립튼 부총재는 “나라간 불평등은 줄어들고 있지만 나라 내부의 불평등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다섯가지 특성을 지적했다. ▶사회 계층간 이동 붕괴 ▶중산층 감소 ▶노동시장 이분화 ▶노인 빈곤 ▶성적 불평등이다.

 그는 “1990년대 75.4%였던 한국의 중산층이 2010년에는 67.5%로 줄었다”며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1990년 0.26에서 2010년 0.31로 높아졌고 상대적 빈곤율도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흥미롭게도 불평등이 심해지는 나라는 성장이 저하되고, 반대의 경우 빨리 성장하는 것을 수년간 봐왔다”며 “한국도 사회 계층 간 이동, 중산층 재건 등 점점 더 악화되는 불평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공공 사회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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