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국가 리더십 위기, 당이 당·정·청 회의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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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김무성-유승민 투 톱 체제가 출범한 다음날이다. 김 대표의 연설에선 전에 없이 힘이 느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요구가 많았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와 공동 운명체”라는 식의 표현을 자락에 깔았지만 “당 주도로 당·정·청 회의” “대통령과 당 대표의 정례회동” “책임총리제” 등이 담겼다. 당에도 책임과 권한을 나눠 달라는 압박이었다.

 김 대표는 현 상황을 “정부와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정운영의 추진 동력이 약해진, 국가 리더십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런 때일수록 청와대·정부·국회 등 국정운영의 파트너들이 역동적인 파트너십을 창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당 주도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 2년 동안 고위 당·정·청 회의가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앞으로 당이 주도해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 간 정례회동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는 “총리는 책임총리답게 거중 조정능력을 발휘하고 장관들도 소신과 강단으로 무장, 현안을 해결하려는 치열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1차례 언급됐던 ‘경제’는 15차례로 줄었고 ‘연금’은 15차례에서 9차례로 줄었다. 대신 지난해 “저부담-저복지로 갈 것인지, 고부담-고복지로 갈 것인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던 표현을 “대한민국에는 2011년 이후 무상복지의 광풍이 몰아쳤다” “권리로서 복지라는 혜택을 누리려면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로 바꿨다. 복지를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한 셈이다. 정부나 청와대가 증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과 딴판이다. 그간 몸을 낮춰왔던 김 대표의 발언이 강해진 것은 박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연설에서 “지지율 하락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먼저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 든든한 지원군이 돼 대통령의 어려움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한 측근은 “3개월 전만 해도 정책 이슈에 집중하면 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현실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동시에 박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딜레마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와 함께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의미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공통분모가 많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 대표는 ‘중립’을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내심 유 원내대표의 당선을 바랐다고 한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지명을 눈치채고 미국에 체류 중이던 유 의원에게 미리 알려 조기 귀국을 도운 것도 김 대표였다고 한다.

 둘 간엔 갈등 관계도 존재한다. 경제정책의 경우 김 대표는 재정 건전성을, 유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서로 워낙 잘 알기 때문에 총선 때까지는 김-유 체제가 순항할 것”이라고 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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