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서 사업할까 … '소자본 창업' 빗장 풀린 거대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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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요즘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 소자본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계속된 불경기로 국내의 창업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창업도 만만치는 않다. 중국 시장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최근 중국을 다녀온 창업컨설턴트들에게서 들어봤다.

◆ 빗장 풀린 거대 시장=중국 시장의 매력은 셀 수 없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엑스포 등 대규모 국제행사와 관련한 특수가 예상된다. 또 샤오황디(小皇帝.씀씀이가 큰 자녀)나 바이링(白領.인생을 즐기자는 독신자) 등 소비 성향이 강한 계층이 늘고 있다. 한국보다 유행이 한 발 늦어 스티커 사진과 같이 한국에서 한물 지나간 아이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또 한국과 거리가 가깝고 창업비용이 적다. 그동안 각종 규제가 많아 중국 시장의 진입을 막았지만 2004년 유통.서비스 시장을 개방했고, 올해 프랜차이즈 시장도 열었다. 중국 시장으로 가는 문턱은 일단 낮아진 셈이다.

◆ 한류 타고 '차이나 드림' 일궈=정광진(35)씨는 2002년 칭다오(靑島)에서 '서울김밥'이란 분식집을 열었다. 1000만원을 투자해 계단 비탈길에 3평 정도의 가게를 낸 것이다. 그런데 한 달 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내고 있다고 한다. 비결은 한류.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 본 떡볶이란 음식에 중국인의 호기심이 높아졌다. 손님의 90%가 중국인이다. 정씨는 아예 가게 앞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있다. 물론 중국인 입맛에 맞는 소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태준(45)씨는 안경점 사업으로 성공했다. 그는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우선 한국에서 질 좋은 안경테를 수입하고, 고급 검안기를 들여놓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씨는 안경점을 세 개로 늘렸다.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은 "한류 영향으로 찜질방.노래방.PC방.갈비집 등 한국식 아이템으로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실패 사례는 여전히 많아=철저한 사전 조사만이 실패 가능성을 줄여준다. 예컨대 중국은 시장을 개방했지만 아직도 일부 지역이나 일부 업종에선 외국인 명의로 창업을 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꼭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문화의 차이, 언어 문제, 준비 부족, 현지 종업원과의 갈등, 행정 규제 등이 대표적인 실패 요소라고 꼽는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상표.상호 등록을 할 때 중국어는 물론 영어.한국어 표기로 유사한 것을 생각해 미리 등록해야 나중에 관련 분쟁을 줄일 수 있다"며 "진출에 앞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옌타이(煙臺)에서 식당업을 하던 서미영(32)씨는 1년 만에 중국 사업을 접었다. 대형호텔 1층을 빌려 설렁탕집을 차렸으나 매출 부진에 허덕였다. 한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수요가 많지 않았다. 상하이(上海)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던 김석천(50)씨는 막연히 한류 때문에 한국 스타일의 옷이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상권 파악을 잘못해 변두리에서 가게를 냈다가 결국 철수해야 했다.

◆ 프랜차이즈가 대안일까=올 들어 한국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중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형태로 중국 시장에 뛰어드는 전략을 고려하는 소자본 창업자가 많다. 자금과 경험이 풍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개인이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워는 아직 약하다. 업체 대부분이 진출 역사가 짧아 미국은 물론 중국.일본.대만계 프랜차이즈보다 뒤진다. 국내 업체의 점포 숫자도 이들과 비교할 정도가 못 된다. 또 한국 프랜차이즈의 강점인 배달이 중국에서 맥을 못 춘다. 베이징.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배달 문화가 낯설기 때문이다. 비빔밥.떡볶이.불고기 등 한식 아이템이 성공 보증수표도 아니다. 최근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이나 조선족이 현지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체인정보 박원휴 대표는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중국에서 번 돈을 중국에 돌려준다는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악착같이 돈을 벌어 한국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이면 중국인은 철저하게 외면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외국인이 중국서 점포 내려면 법인 설립해야

중국에서 창업은 한국보다 창업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 정보가 부족하고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인이 창업을 한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에게서 중국 창업의 과정을 들어봤다.

▶정보수집과 시장조사가 중요하다. 현지에 직접 가서 관심 업종에 대한 트렌드와 발전 가능성을 알아본다. 현지 한인회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네트워크를 만든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템을 선정한 뒤 지역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은 지방색이 강하고 지방정부의 자율권이 커 행정규제나 법규 등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한국인이 많은 지역은 고객 확보가 쉬워 사업 진입이 유리하지만 시장이 금방 성숙되는 면도 있다.

▶구체적 입지 선정과 계약 시엔 유동인구나 배후지 등 요소를 놓고 상권 분석방법을 사용하면 좋다. 입지를 정하면 여러 곳의 부동산 거래소를 통해 복수의 후보지를 알아보면서 시세 변동을 살펴본다. 중국은 보증금이나 권리금이 없거나 한국보다 낮지만 일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권리금이 형성될 수도 있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점포를 창업할 때 투자형태이므로 법인(보통 유한회사)을 설립한다. 한국의 법인 설립 방법과 비슷하다. 외식업의 경우 점포를 계약한 뒤 해당 시정부에 '예비심사 비준 등기'를 한다. 이후 위생국에서 교육을 받고 위생 허가증을 받는다. 이때 현장 평면도와 위생시설, 설비 등을 점검받고 종업원 건강검사를 받는다. 환경 보호국에서 환경평가를 받고, 상무국에서 '외상 투자기업 비준증서'를 받는다. 이것을 갖고 공상국에서 영업 허가증을 받고 외화 관리국에 외화 등기수속을 한다. 그리고 지정 은행에서 외화계좌를 개설하고 세무서에서 세무등기를 한다. 지역이나 아이템에 따라 과정이 다를 수도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자.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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