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쇼크 사채·주가 몸살중개인들 자취 감춰|A급 기업 물품 대 어음 할인도 끊겨|은행선, 사채 중개 말라' 신용 회복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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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명성사건의 쇼크로 사채가 자취를 감추고 주가가 떨어지며 은행 등에선 일선 창구에서 사채 중개를 말도록 거듭 지시하고 예금자를 안심시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채>
시중 사채가 16일 하오부터 일시적이나마·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특히 명성사건은 소수의「큰손」 전주 몇 몇이 아니라 수많은 소액전주들이 관련되어 있어 그 충격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군소 전주들은 물론, 이들을 끌어 모아 사채 자금을 조성해 대주던 중개인들도 완전히 꼬리를 감춰 사채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A급 기업의 물대 어음까지도 할인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명동 주변의 사채 시장에서는 명성사건의 관련자와 사채 규모가 밝혀지자 그간 차주를 모르고 중개인을 통해 상은 혜화동지점과 거래를 해오던 많은 소액전주들이 크게 놀란 채 허둥대며 숨어버렸다.
사채시장이 완전히 막혀버리자 특히 그간 월2∼3%의 높은 이자를 주고 어음을 할인해 쓰던 해외 건설업체들이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밖에도 상당수의 기업들이 사채시장의 명성충격이 가셔질 때까지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채시장주변의 관계자들은 앞으로 사채시장이 다시 서게 되더라도 융통어음의 할인은 거의 이루어질 수 없으며 발행기업의 신용상태에 따라 물품 대금의 어음할인 중심으로 사채거래가 형성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은행>
은행들은 명성에 대한 대출이 별로 없어 일단 안도는 하면서도 은행을 통한 사채중개사태가 어떻게 번질까 관심을 모으고있다.
또 일선 점포에 대해 사채중개를 일체 말도록 다시 한번 엄한 지시를 했다.
각 은행엔 혹시 자기들 예금은 괜찮으냐는 문의가 더러 오고있는데 은행들은 상은 혜화동지점사건은 특수한 사고라는 점을 강조, 예금자들을 안심시키고 있으며 일선점포에도 예금자는 어떻든 보호된다는 것을 잘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금융계에선 상업은행의 김동겸 대리가 가짜로 써준 수기 예금통장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권시장 명성사태가 주가를 다시 연초지수 밑으로 끌어내렸다.
이미 지난주부터 국세청 직원이 증권회사를 돌면서 사채업자의 구좌조사를 실시,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는 17일 명성사건 발표와 함께 또다시 빠져 하룻 새 0.68포인트가 밀렸다.
무엇보다도 증시의 돈줄역할을 해온 사채업자들이 명성 사건과 관련된 사채조사 등으로 숨어버리게 되면 결국 증시의 자금파이프가 막히고 주가나 주식거래 모두 위축을 면치 못하리라는 예상 때문에 침체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우울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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