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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은 은행대리가 움직였다|의외의 "돈줄"로 풀린 「콘더재벌」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명성그룹 탈세사건 전모가 빌표되고 김철호회장등의 구속이 집행된 17일 대검 중앙수사부는 긴장감이 감돌았고 명성그룹 본사등은 침울한 분위기속에 철야간부회의를 여는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시민들도 베일에 싸였던 명성그룹의 전모가 밝혀지자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의 검찰수사와 명성의 처리문제에 관심을 나타냈다.

<잠적·검거>
○…김철호회장 부부가 수사기관에 검거된 것은 12일상오7시쯤.
김회장은 국세청 중간발표후부터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아왔으나 한때 수사기관이 김회장의 행방을 놓쳐 수배전통을 내리는등 비상이 걸렸었다.
김회장은 경기도부천의 모처에 도피, 중간다리를 놓아 출두의사를 타진하다 수사기관에 검거되었고 부인 신명진씨는 서울삼각산의 기도원에 도피해 있다가 검거됐다는 것. 김회장부부는 서울A호텔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달31일 전격적인 광고성명을 낸 김철호회장은 1일 정례조회와 부서장회의를 주재하는등 정상적인 근무를 해오다 6일하오 돌연 잠적했다.
김회장이 없는사이 명성측에서는 8일부터 김기중부회장이 회장직무대리를 말아 9일엔 설악산 레저타운의 나이트클럽·토속음식점등 부대시설을 직영에서 임대로 바꿔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어음결제자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하는등 사태수습에 안간힘을 써왔다.
○…11일상오10시48분 전국경찰에 김철호회장과 부인 신명진씨, 박대성씨(37·명성경리담당이사)등 3명을 긴급수배한다는 전통이 내려졌다.
이 전통은 『김씨등이 가발이나 주민등록변조등의 방법으로 위장탈출할것이 예상되므로 관내의 공항·항만등을 봉쇄하여 해외탈출을 사전에 방지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12일상오1시엔 서울시경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각 경찰서에 2개반씩 수사전담반을 구성, 사찰과 호텔·콘더등을 수색하도록 2차전통이 내려왔다.
2차전통을 통해 김회장이 도피할때 타고나간 서울0가3816호·서울0가3117호 도요따 살롱승용차 2대도 함께 수배됐다.
○…김철호씨등 2명은 17일 상오9시55분쯤 검찰청정문을 나와 상오10시20분쯤 서울구치소에 입감됐다.
김철호씨는 짙은 쑥색싱글에 노타이차림으로 검정색구두를 신고있었으며 얼굴은 굳은 표정이었다. 김동겸씨는 옅은 하늘색점퍼에 수염을 깎지않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김철호씨는 수사관3명과 함께 검찰수사용인 서울l나8397호 검정색 마크IV승용차 뒷좌석 가운데 앉았고 수갑을 앞으로 찬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으며 5m쯤 간격으로 따라나온 김동겸씨는 승용차에 오를때까지 시종 담담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있었다.
김철호씨등 2명은 수사관 둘이 양팔을 끼고 엘리베이터에서 승용차까지 2O여m를 빠른 걸음으로 데리고가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게했다.
한편 김씨가 구속집행되기 전인 상오9시30분쯤부터 검찰청 정문주변에는 1백여명의 일반인들이 나와 이둘의 모습을 보기위해 기다리기도했다.

<25분만에 떨어진 영장|법원·검찰>
○…영장을 발부한 안우만부장판사는 평소보다 1시간가량 빠른 상오7시30분쯤 출근,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를 기다렸으며 영장이 접수된후 25분만인 상오9시15분쯤 발부했다.
안부장판사는 『사전에 국세청의 발표문을 보았기때문에 영장을 발부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명성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에서는 줄곧 고발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가져봤다.
특히 지난해 「이-장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대검중앙수사부는 이사건 역시 자칫 「이-장의 재판」이 될 우려가 많다고 판단, 국세청에서 탈세부분에 대한 추징형식으로 끝내줄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는 후문.
검찰이 국세청으로부터 명성을 고발하겠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것은 지난주 금요일.
검찰이 인사발표로 술렁이던 13일상오 대검중앙수사부는 타부서와 달리 과장회의·수사관회의를 번갈아가며 열어 「명성고발」을 암시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위해 17일자로 전보발령 전중앙수사부1·2과장인 신건서울지검1차장과 정성진서울지검특수3부장의 신임부서 발령을 연기, 수사를 전담시켰고 이명전대검검찰연구관을 수사팀으로 보강했다.
이로써 수사검사는 중앙수사부1과장 김태정부장검사(전3과장), 2과장 이원생부장검사(전4과장), 3과장 원정일부장검사(신임), 4과장 안강민부장검사(신임)등 모두 7명이다.

<"명성은 내것이다" 우쭐한 30대 큰손|주변 인물>
▲김동겸=명성의 사채자금 동원책으로 밝혀진 김동겸씨(39·상업은행혜화동지점 예금계대리)는 수배중인 명성의 경리담당이사인 박대성씨와는 69년 상업은행에 들어간 입행동기로 의형제를 맺은 사이. 김씨는 박씨가 79년초 명성그룹의 이사로 옮겨가고 그해4월 명성관광대표 신월진씨가 당좌예금 구좌를 개설했던 것을 계기로 명성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씨가 김씨에게 당좌수표 결제부족액 5백만∼7백만원정도로 4∼5회에 걸쳐 다음날 상오까지 연장 결제토록 부탁하여 서로 도움을 주었다는 것.
국세청의 조사가 시작될 당시에는 김씨가 명성의 l천1백여억원에 달하는 당좌수표와 부동산서류·추식등을 소유하고 있어 주위사람들에게 자신이 명성의 실질적인 소유자나 다름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김씨는 68년 J대국문과를 졸업하면서 심학자씨(39)와 결혼한뒤 이듬해 상업은행에 입사했다.
김씨는 현재 심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두고 있으며 서울동숭동1의l38에 대지 1백평·건평 2백평의 싯가 6억원짜리 집을 갖고있다.
김씨의 월급은 45만원정도. 김씨는 68년부터 살고있던 서울혜화동에서 지난2월 현재의 집을 건축하여 이사왔다.
김씨의 부인 심씨는 자기명의로 명성계열 회사의 주식을 3천만원어치 갖고있으며 명성종합무역의 감사직도 맡고있다.
▲신명진=명성왕국의 안주인 신씨는 전북정읍군립암면대흥리가 고향으로 올해 38세.
정읍여중과 전주여상을 우등으로 졸업한 신씨는 잠시동안 은행에 근무하다 19세되던 62년에 호남비료공장에 입사한 것이 김철호회장과 만나는 인연이 됐다.
호남비료공장 노무과에서 근무한지 3년만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김회장과 우연히 만나 긴 교제가 시작됐다.
신씨가 26세되던 해 김회장은 사업을 위해 사표를 냈고 신씨도 회사를 그만두고 조선대 법정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입학 다음해에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살림을 시작하기 의해 한양대 정외과로 편입했다.
신씨가 둘째아들을 임신중이던 대학3학년2학기때 김회장이 광주에서 운영해온 금강운수가 4천8백만원의 부도를 내는 바람에 구속됐다.
▲박기서=박씨는 명성그룹번영의 숨겨진 공로자중의 한사람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사채시장에서는 3∼4년전부터 두각을 나타낸 신진거물중개인으로 통하고있다.
박씨는 명성의 설악 콘더미니엄그룹 주력사업확장때 신속하게 사재를 끌어들여 김철호씨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었다는 것.
박씨는 이 공적으로 작년 김동겸씨를 통해 김철호씨로부터 포니승용자1대를 선물받기도했다.
박씨는 지난6일하오 집에서 나갔으며 박씨의 부인 문모씨(43)는 8일상오 가정부 권수녀씨(55)에게 『잠깐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집을 나가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
박씨는 평소 그라나다·슈퍼살롱등 고급승용차 3대를 번갈아 타고 다녔으며 60평 크기의 서울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았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13동1105호에는 가정부 권씨만이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명성 표정>
○…서울운니동98의5 삼환빌딩5층에 자리잡은 명성그룹 김철호회장 집무실에서는 17일 상오7시30분부터 긴급부서장회의가 열렸다.
김회장을 대신해 회의를 소집한 금종철상무는 『60여일동안 숨죽여 기다려왔던 국세청의 발표가 오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그에따른 비상대책을 강구키 위해 부서장회의를 소집했다』고 회의소집 이유를 설명.
금상무는 『국세청의 발표내용이 명성과 김회강에게 극한으로 불리한 내용인 것으로 예상되나 발표내용이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임원 및 사원은 동요없이 맡은바 임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
시종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의는 l시간후인 8시30분에 끝났는데 회장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김기중부회장이 조사관계로 16일부터 자리를 비워 불참했고 박경재부사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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