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매화와 매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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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매화와 매실 - 최두석 (1955~)

선암사 노스님께

꽃이 좋은지 열매가 좋은지 물으니

꽃은 열매를 맺으려 핀다지만

열매는 꽃을 피우려 익는다고 한다

매실을 보며 매화의 향내를 맡고

매화를 보며 매실의 신맛을 느낀다고 한다.

꽃구경 온 객도 웃으며 말한다

매실을 어릴 적에는 약으로 알고

자라서는 술로 알았으나

봄을 부르는 매화 향내를 맡고부터는

봄에는 매화나무라고 부르고

여름에는 매실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세상에 혼자인 것이 없다. 꽃은 열매를 위해 존재하고, 열매는 꽃을 위해 존재한다. 봄은 여름을 위해 있으며, 여름은 가을을 위해, 가을은 겨울을 위해, 겨울은 봄을 위해 인내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를 위해?

정호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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