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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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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부「기도원」들이 경찰의 수사대상이 되고 있다.
사정을 잘 모르는 경우엔 이것은 매우 기묘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행정권의 종교행위침해라고까지 볼수가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에서 「기도원」은 많이 변질되어 있어서 그런 우려는 불필요한 것 같다.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기도원」은 종교단체 특히 기독교계통의 교회들이 설치한 특수한 수도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원은 아마도 중세 가톨릭교회의 수도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금욕과 절제와 노동이 신앙정신의 극치로 치달았던 수행단체였다.
거기엔 엄격한 규칙과 절제의 행동규제는 있을지언정 신앙적 편력과 자기수련의 선택기회는 어디까지나 자유롭고 자발적인 계기로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원에서는 엄격한 신앙과 금욕의 절제생활속에시 수행자가 무한한 신앙적 희열을 얻고 사회적으로도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내어 공헌할 수 있었다.
그렇던 수도원은 오늘날 한국의 토양과 시대적 요구에 의해 많이 변질하고 있다.
순수한 수도목적, 기도목적의 기도원의 존재보다는 종교적 치병과 기복의 염원을 담은 수용소로서 더 부각되기에 이르고 있다.
전국의 1백11개 기도원들이 주로 정신질환자나 노인을 수용하는 장소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특히 그중 일부는 수용자들의 손발에 쇠사슬을 채우거나 불법 감금하고 안수기도를 한다면서 폭행을 일삼아 사람을 죽게하거나 다치게 하여 말썽을 빚고 있다.
개중엔 저질의 숙식문제와 지원보조금 횡령, 혹은 산림훼손 등 잡다한 범법도 저지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들 기도원이 사회문체의 대상으로 부각된 데는 주로 두 가지 기능에 대한 문제로해서다. 하나는 정신질환자의 치료행위, 다른 하나는 노인들의 불법적인 수용이다.
기도원이 의료법상 정신질환자를 수용·치료할 수 있는가의 적법여부가 문제다.
그러나 그보다는 우리사회가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을 수용, 치료할 수 있는 적법한 의료기관을 층분히 갖고있지 않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본다.
우리사회엔 현재 인구의 1%인 40만명의 정신질환자가 있다. 그들 중 적어도 6만명은 수용·치료를 절대로 요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신병원의 병상은 그 10분의 1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거리에서, 혹은 가정에서 발작적인 범법을 저지를 위험성에 노출된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인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인가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기도원들이 의료기관의 대역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문제는 그들 기도원의 의료행위나 운영을 법의 관심과 관리아래 둠으로써 문제를 줄여가는 노력이 있어야겠다는 사실이다.
잠정적으로 필요한 조처이겠지만 정부와 사회의 책임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정부와 사희의 감시·보호라는 밝은 빛을 받지 못하고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신음하며 고통을 받고있는 또 하나의 이웃이 거기 있다는 것을 바로 인식해야한다.
지금 기도원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은 거의 1만명에 이르고 있다. 어느 의미에서 그들은 방치된 환자들보다는 나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의와 복지를 구현하겠다는 대명천지에서 그들이 소외되고 방치, 학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우기 아주 특수한 경우이겠으나 개중엔 정신질환자도 아닌 노인들을 자녀가 강제로 입원시키고 돌보지 않는 일도 있다고 한다.
양로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또 별거노인의 생활능력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우리현실에서 그같은 노인학대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은 불쾌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 또한 어쩔 수 없다고 방치할 일도 아니다. 정부와 사회가 나라의 도덕적 기반을 유지하며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미풍을 살려간다는 의미에서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고 설득하며 계도해야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또 종교단체들이 기도원의 본래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겠다. 더우기 엄청난 헌금으로 치부하고 있는 교회들이 사회복지를 위해 진실로 힘껏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경찰의 기도원 수사를 계기로 기도원의 범법은 척결되어야겠거니와 이 사건을 계기로 밝혀진 우리사회의 또 하나의 약점과 치부를 치유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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