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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광장·고가공원, 에스컬레이터로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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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역 고가 공원화는 서울도시재생의 시작점이다. 하루 39만명이 오가는 서울역과 남대문시장을 연계해 지역경제를 부활시키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서울역 고가 공원화에 관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방문 중 공원화 계획을 밝힌 지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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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박 시장은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남대문·서울역 일대의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임을 강조했다. 경제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계획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다시 태어난다는 뜻에서다. 박 시장은 “주민과의 의사 소통에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시장은 핵심 내용만 발표하고 실·국장 일문일답으로 진행하던 통상적인 기자회견과 달랐다.

지난해 9월 공개한 서울역 고가 공원 조감도.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와 함께 서울역 일대와 남대문시장의 도심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역 뒤 중림동 고가 아래쪽에 있는 청소차고지를 이전해 소규모 공원으로 조성한다. 또 바로 옆에 신설되는 국립극단과 연계해 문화·창작거리를 만든다. 공원으로 만들어지는 고가 상부는 에스컬레이터 등으로 서울역광장과 연결하기로 했다. 그동안 열차·버스·택시 환승공간으로만 사용돼온 서울역을 시민들이 머물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남대문시장의 경우 내년 말까지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노후 시설 개선과 함께 남대문시장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을 부활시키고 서울시티투어 버스 정류장을 신설해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도 늘린다. 남대문시장으로 연결되는 중림동·염천교 교차로도 개선한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와 남대문 인근 보도를 확장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면 서울역과 남대문시장·명동으로 이어지는 도보 관광 루트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바꾼 뉴욕 하이라인 파크처럼 서울역 고가가 관광 거점을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는 공원화가 완료되면 마포구 만리동과 중구 퇴계로 사이의 보행 시간이 최대 14분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해당 구간을 걸어가기 위해선 횡단보도 6개를 거쳐야 하는 등 최대 25분이 필요한데 공원이 조성되면 단절된 보행 공간을 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시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다음달 남대문 상인회와 공무원·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2~3월 중에 남대문시장 등에서 현장시장실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고가 주변 상인·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서울시가 넘어야 할 산이다. 마포·용산·중구 주민들로 구성된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반대 3개구 주민대책위원회’는 박 시장 기자회견에 맞춰 시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서울역 고가는 하루 5만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는 동서 통로의 한 축”이라며 “대체 도로 없이 공원화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충웅 주민대책위원장은 “시가 모델로 삼고 있는 뉴욕 하이라인 파크는 주민 모두가 동의한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됐다”며 “대체 도로에 대한 시민 의견이 수렴될 때까지 공원화 추진 일정을 중단하고 올해 책정된 사업 예산 118억원도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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