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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의 Eat, Play, Love]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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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사용법 시험을 보고 있는 샘표 직원들

4년 전 겨울, 감기약을 사러 간 약국에서 제가 찾던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젓가락입니다. 약국에서 파는 만큼 평범한 젓가락은 아니었죠. 젓가락에 동그란 고리가 있어 손가락을 끼워 사용해 잘못된 젓가락 사용법을 교정하도록 도와주는 교정용 젓가락입니다. 보통은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들에게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칠 때 사용합니다.

나이 서른을 넘긴 제가 그 젓가락을 집어들었습니다. 평소 서툰 젓가락질이 컴플렉스였기 때문입니다. 어릴 땐 몰랐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식사할 때, 특히 격식을 갖춰야 하는 식사 시간엔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걸 느꼈거든요. 그러나 며칠 사용해보고는 불편하고 귀찮아서 싱크대 구석 어딘가에 넣어버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한 번씩 '젓가락질 제대로 해야는데'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에 그쳤죠.

그런데 얼마 전 샘표식품 홍보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젓가락이 화제가 됐습니다. 샘표는 신입사원 연수를 하며 젓가락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진선 사장이 젓가락질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젊은 직원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아 지시했고 2013년 부터 시행하고 있다더군요. 샘표의 젓가락 시험은 2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는 콩 10개 나르기, 깻잎 3장 떼어 나르기, 메추리알 3개 나르기입니다. 이어 티슈 찢기, 만두피 자르기, 소시지·바나나 나누기, 귤 껍질 벗기기인 2단계를 통과해야 합니다.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요즘 젓가락질을 맹연습중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중국·일본과 함께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권에 속합니다. 똑같이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세 나라는 각각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한국은 쇠젓가락을, 중국·일본은 나무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한국은 왜 무거운 쇠젓가락을 쓰냐고요. 식문화에 답이 있습니다. 한국은 온 식구가 좁은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반찬을 나눠먹습니다. 따라서 반찬을 흘리지 않기 위해 섬세하고 정확한 젓가락질이 필요하죠. 또 국물 음식과 절임 음식이 많아 국물에 젖는 나무 젓가락 대신 금속 젓가락을 사용하는 겁니다. 김치나 장아찌 등 채소 절임 음식을 집어 먹거나 생선 가시를 발라 먹기 편하도록 끝은 적당히 얇게 만들고요. 기름을 둘러 볶아낸 요리가 많은 중국은 열 전도가 잘 되지 않고 미끄럽지 않은 재질을 사용하고 섬나라 일본은 해산물을 발라 먹기 편하게 끝이 가늘고 뾰족한 것을 사용합니다. 길이도 다릅니다. 여럿이 함께 먹는 중국은 멀리 있는 음식을 집기 편하게 긴 반면 일본은 한 사람 앞에 따로 놓여지는 1인 식탁이 있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한국의 식문화까지 거론하지 않아도 써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젓가락은 사용할 때 30여 개 관절과 50여 개 근육이 움직여 지능 발달과 집중력 개발, 근육 조절 능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네. 물론 아니죠. 저도 여태 서툰 젓가락질로 밥 잘 먹었거든요.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 들수록 젓가락질 하나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특히 앞으로 딸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쳐야 하는데 엄마가 못하면서 가르칠 순 없겠죠. 마음이 급해지네요. 올해는 꼭 올바른 젓가락질을 익혀 볼 계획입니다.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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