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나라 존립을 걱정하는 게 왜 수구보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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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 대표가 어제 동시에 기자회견을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금 국가 정체성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국가체제를 지키기 위한 구국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야당의 주장이 수구 보수세력의 색깔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정 질서와 인권을 파괴하는 무책임한 행위의 저지를 다짐했다.

어느 쪽의 판단이 과연 옳은가. 분명한 것은 강 교수 파문과 관련된 야당의 요구는 색깔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 대표도 지적했듯이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정치공세로 몰아서는 안 된다. 야당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요구요 주장이다. 야당이 안 한다면 누군가는 했을 것이고, 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은 이 정권의 이상한 행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이러다가 나라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물론 여당의 주장처럼 불구속 수사를 통해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이 점은 야당도 인정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 작업을 국회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인권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헌법체제를 부정하는 강 교수를 보호하고자 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이 문제이다. 명분으로 인권을 내세우지만 딴 속내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법 영역에 대해 권력이 무리하게 침범한 것이다.

박 대표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공당 대표로선 당연한 것이다. 이 정권이 강 교수를 감싸는 것은 그의 주장에 대해 정권이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 존립을 걱정하는 자세를 수구 보수세력으로 모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기회에 국가 정체성이 재확인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