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구리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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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의「봇구리병」은 아직 현대의학도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병이다.
건강한 젊은이들이 잠자다 갑자기 죽는 이 병은 연간 5백∼1천명의 희생자를 내고 있다. 하도 갑작스럽게 죽어 나무막대 등이 부러질 때 나는 「탁」 소리의 의성어 「봇구리」란 이름을 달았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 할머니들의 옛날 얘기에서 숨넘어가는 장면을「꼴까닥」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봇구리병의 원인을 희사들은 일단 갑작스런 관상동감경련, 단백질 결핍, 유독성분의 과다섭취 등으로 진단하나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다. 심장마비로도 추정하나그것도 짐작뿐이다.
이와 비슷한 병으로「야사증닝」(Nocturnal Death Syndrome)이있다. 미 방역센터는 미국에 이주한 인지 난민 72명이 지난 6년간 이병으로 죽었다고 밝힌다. 역시 건강한 젊은이가 잠자다 비명 한번 지르고 숨지는 증세.
의학자들은 이런 증세가 아시아인종에 많은 것으로 보아 아시아 민족에 공통된 인종병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현대 의학은 죽음의 원인을 거의 다 밝혀낸 것 같으나 의사들은 아직도 고개를 흔든다.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요학발전협의회에선 인간 수명이 느는 것과 비례해서 치사율이 높은 원인 불명의 질병이 많이 생긴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표적인 신종병으로 레저내르병, 유독성 쇼크증후군, 후천생 면역켤핍증 등이 지적됐다. 「이들 병의 원인을 규명할 아무런 의학기술도 개발되지 못했다』고 의사들은 고백한다. 오직 공통점은 노화로 저항력이 약해진 사람뿐만 아니라 젊은이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걸린다는 것뿐이다.
이쯤 되면 사망, 특히 급사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 경우)의 원인은 아직도 미궁을 헤매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급사의 원인은 고혈압, 심장마비, 암 등이 대종을 이룬다.
특히 암의 경우 남자의 전립선암, 여자의 자궁암 등은 평소에 별 증세를 느끼지 못하다가 사후 해부에 의해 밝혀지는 수가많다. 일본에선 이런 실례가 많이 보고됐다.
사람이란 지금까지 아무 변없이 건강했으니까 앞으로도 별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맑던 날씨가 갑자기 나빠지듯이 어떤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이 찾아올 때가 많다.
실제로 미캘리포니아 대학의 한연구팀은 최근 인간사의 불예측성을 카오스(혼돈)의 법칙으로 설명하려한다. 이상기후를 연구하다 생각해낸 법칙이다. 자연은 일정한 예측성법칙 저변에 카오스의 법칙을 갖고 있다는 것.
고도의 과학문명도 해결 못하는 이런 법칙이 과연 존재하는지 인간의 지혜는 또 한차례 도전해 볼만한 일에 부닥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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