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이트 그린' 파동… 남해안 양식장·강원도 횟집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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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삼덕항 양식활어위판장의 위판 물량이 대폭 줄자 물고기를 보관하는 가두리의 그물이 올려져 있는등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민물송어.향어에서 발암의심 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는 정부 발표 이후 물고기 소비가 줄면서 바다 양식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민물고기 매운탕집을 찾는 손님도 크게 줄었다. 소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어민단체들은 소비촉진 운동에 나서고 지방자치단체도 어민 돕기에 나섰다.

◆ 바다 양식장 유탄="활어 운반차가 하루 200대에서 20대로 줄었습니다."

17일 오후 1시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선암해수어류양식수협 활어위판장. 평소 통영 가두리양식장에서 사육되는 활어의 절반 이상을 판매,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지만 직원 3명이 가두리에서 돔을 건져 활어 운반차에 옮겨 싣고 있었다.

직원 이종완(43)씨는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 전엔 활어 운반차가 위판장 주변에 100여m 꼬리를 물었는데 최근엔 3~4대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돔과 우럭의 판매도 하루 20t(1억6000만원)에서 2t(1600만원)까지 줄었다.

통영 일대 1500여 가구 양식어민들이 하루 120여t을 출하하던 활어가 15t으로 줄면서 활어 운반어선들도 1주일째 발이 묶여있다. 통영 앞바다에서 1만6000여 마리의 돔과 우럭을 사육하는 황모(50)씨는 "물고기가 팔리지 않아 하루 400여만원의 사료 값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았으으며, 직원 5명의 이번 달 월급도 주지 못했다"며 한숨 쉬었다. 한국어류양식협회 박춘식(52) 부회장은 "양식어류 적체가 한 달만 계속되면 문닫는 어장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의 바다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화산마을 60가구 어민들은 요즘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우럭.돔.조피볼락 등 하루 출하량이 15~25t에서 2~3t으로 뚝 떨어졌다. 횟감을 사러 오는 차량도 하루 한 대 올까말까 한다. 어민 윤모(44)씨는 "물고기가 팔리지 않아 사료를 외상으로 가져오고 있다"며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여수.고흥일대 4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서남해수어류양식조합 임영윤(50) 조합장은 "말라카이트 그린과는 상관없는 데도 방송에 양식장 화면이 나오면서 출하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 사이에 절박한 심정에 광고라도 해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장어 90%를 전국에 유통시키는 통영의 장어통발업계도 중국산 민물장어에서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 파동 이후 판로가 막혀 출어를 포기하는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장어 가격도 ㎏당 7000원에서 5200원까지 내렸다.

◆ 민물 매운탕집 썰렁=15일 오후 6시 30분쯤 강원도 춘천시 서면 오월1리 춘천댐 옆 속칭 매운탕골. 송어와 향어, 쏘가리 등을 취급하는 16개 횟집이 손님들로 붐빌 주말인데도 적막감이 감돌았다. 삼박골횟집 주인 최숙자(49)씨는 "열흘 동안 친구 두 팀만 가게를 찾았다"고 말했다.

밤골횟집 주인 박재신(51)씨는 "주말마다 20만 원 정도의 매상을 올렸는데 이번 주엔 손님이 한 팀도 없었다"며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지만 나흘째 건축 현장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계곡 하류 삿갓봉, 나눔터, 버드나무, 용전, 잠실집 등 횟집 절반 정도는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춘천시 서면 신매리 우리송어양식장은 평소 하루 3t 내외의 주문이 들어왔으나 요즘은 1㎏도 팔지 못하고 있다. 양식장 대표 최호준(60)씨는 "송어는 2년을 길러 10월부터 12월까지 집중 출하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팔 수 없다"며 "문제가 없는 송어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 빨리 소비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자구책=김진선 강원도 지사는 17일 민물양식업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송어치어 300만 마리를 생산해 양식업자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양식업자들은 공동으로 시식회를 열어 송어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통영 근해통발수협은 19일 서울에서 바다장어 시식회를 열고 소비촉진운동을 펼 예정이다. 경남 통영시는 17일 점심식단에 붕장어 구이를 내놨다. 이날 조리된 붕장어는 300인분으로 시청 직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통영시의회 의원들과 시청 간부들도 통발업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이날 시내의 한 식당에서 붕장어 요리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찬호.김관종.천창환 기자 <kabear@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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