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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탓 … 청도 소싸움 무기한 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경기당 10만원까지 합법적으로 내기를 할 수 있는 ‘청도 소싸움’ 경기가 올해 또 무기한 연기됐다. 구제역이 싸움소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도 소싸움 주관처인 청도공영사업공사와 경기장 관리처인 한국우사회가 경기장 사용료 문제로 갈등을 빚어 경기가 75차례밖에 열리지 못했다. 올해는 31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연중 1152차례 열릴 예정이었다.

 2년째 경기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자 청도 싸움소 주인들은 “생계가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싸움소 한 마리가 경기에 출전해 1년간 버는 돈은 체급별로 1000만~2000만원.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가 거의 없어 수입은커녕 적자만 나고 있다. 싸움소 10마리를 키우는 예병권(54)씨는 “한 마리의 사료값이 월 30만원씩인데 경기가 없으면 매달 300만원씩 적자가 나고 소들의 감각도 무뎌진다”고 답답해했다. 지난해에는 사료값을 이기지 못한 주인들이 청도 싸움소 20여 마리를 다른 지역에 내다팔기도 했다.

 주민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지역 대표 관광상품인 소싸움 경기가 중단되면서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2013년 소싸움으로 청도를 찾은 관광객은 100여만 명. 이들이 한해 쓴 돈만 195억원이었다. 청도 상인들은 “지역 상가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도=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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