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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달인과 해충 박사 … 화정 농업보국의 꿈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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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광호 농업상 시상식이 23일 오전 11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 열렸다. 강혜원 영광포도원 대표(왼쪽)가 ‘첨단농업인상’을, 정성훈 충남대 교수가 ‘농학연구인상’을 수상했다.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 제1회 한광호 농업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광호 농업상’은 한국농업발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화정(和庭) 한광호 박사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농산물 자급기반 구축, 농업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우리 농업인과 농학자들을 선발하고 그 공로를 격려하는 동시에 농업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엄격하고 공정한 후보자 추천과 심사를 거쳐 모두 3개 부문에서 업적을 세운 개인 또는 단체에 총 1억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한광호 농업상은 ‘첨단농업인상’ ‘농학연구인상’ ‘미래농업인상’ 3개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포상은 첨단농업인상 수상자에게 상패·상금 5000만원, 농학연구인상 수상자에게 상패·상금 3000만원, 미래농업인상 수상자에게 상패·상금 2000만원이 주어진다.

  행사는 샌드애니메이션으로 고 한광호 박사의 일대기를 살펴보며 시작됐다. 고 한광호 박사가 ‘이 땅의 모든 국민이 배부르게 먹고, 아프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평생을 농업보국의 꿈을 꿨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첨단농업인상’은 강혜원 영광포도원 대표가, ‘농학연구인상’은 충남대 정성훈 교수가 수상했다. 미래농업인상 수상자는 없었다.

 권오을 사단법인 ‘포럼 오늘’ 대표는 “강혜원 대표는 1995년부터 유기농 포도 재배를 시작해 우리나라 주 재배품종인 켐벨과 MBA 포도의 알솎기를 하지 않고 알이 맺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농업인 교육 및 영농현장 컨설팅을 통한 선진기술 보급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포도재배기술 향상에 큰 공헌을 한 선도 농업인이다. 강 대표가 개발한 강포도농법은 포도나무의 생리를 알고 나무의 성장조절을 통해서 나무 스스로 알솎기가 필요없이 열매를 맺게 한다. 그래서 적심과 곁순을 따지 않고도 포도 열매가 한번에 고르게 익게 된다. 결국 나무의 생육을 관찰하고 성장만을 관리하기 때문에 관리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 한 사람이 3000평이 넘는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 이런 획기적인 농법을 개발하고 이를 널리 전파하고 있기에 첨단농업인상 수상자로 정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유용만 농약과학학회장은 “정성훈 교수는 농업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그동안 많은 연구가 없었던 해충 진단 및 생물학적 방제원인 토착 천적자원개발 등에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뤘다. 또한 DNA barcoding, Phylogenetics 등의 최신기법을 농업분야에 최초로 접목시킴으로써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탁월한 과학적 연구성과를 달성했다. 정 교수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논문 20여 편을 제1 저자로, 10여 편을 공동저자로 참여해 발표했다. 이는 미래형 친환경 농업연구에 필수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며 선정 이유를 전했다. 이어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의 강연이 진행됐다. 최 원장은 ‘농업의 성장산업화는 가능한가’란 주제로 20여 분 동안 발표했다. 끝으로 농업을 사랑하는 참석자들이 한데 모여 사진을 찍고 행사는 마무리됐다. 그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들을 보니 우리 농업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한편 한광호 농업상의 수상자 선정은 지난해 8월 시상식을 공고하고, 추천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9월말부터 11월까지 두 달에 걸쳐 자격심사·서류심사·현지심사가 진행됐다.

 후보자 자격은 공고일 당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이며, 시상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과 귀감이 될 수 있는 도덕적 인품을 갖춘 사람이다. 생존자에게 시상하는 것이 원칙이나 수상자 발표 후 사망한 경우엔 상속인에게 수여할 수 있다.

 첨단농업인상은 우수한 농업기술 활용으로 국내외 농업과 농촌발전에 크게 이바지했거나 농산물 생산·가공·유통·판로개척 등 탁월한 농업경영 능력을 발휘해 농가수익 향상에 기여한 개인이나 농업단체에 수여한다.

 농학연구인상은 당해 연도를 기준으로 과거 3년간 국내 학술지 및 SCI급 국제저널 논문 게재 등 연구업적을 달성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외적인 학술활동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는 개인 또는 공동저자에게 주어진다. 자격은 박사학위 5년 이내 취득한자(공동저자의 경우 1인 이상 박사), 농업계 대학교수, 농업계 관련 연구소 재직자, 연구직 공무원이어야 하며, 석·박사 학위 논문은 제외된다. 또한 동일한 논문으로 타기관에서 수상하지 않는 논문이어야 한다.

 미래농업인상은 역시 탁월한 농업경영으로 지역활성화와 농가 소득 증대 창출에 창의성과 발전 가능성이 높은 업적을 세우고, 미래농업 선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개인을 선발한다. 자격은 농업계 고등학교 및 농업계 대학 졸업 후 10년 미만인 사람이어야 한다.

 후보자 추천인 자격은 SG한국삼공 임원 및 한광호농업상추진사업회가 추천을 위촉한 사람, 농업관련 기관 및 농업단체의 장, 지방자치단체 기초단체장(시장·군수), 국내외의 농업계 학술 기관 및 학술 단체장 또는 대학원장, 기타 농업 분야의 전문가 등이다. 1인 1추천이 원칙이며 피추천인은 추천할 수 없다. 

배은나 객원기자

3개월간 전국 누비며
창조적 농업 리더 발굴
부국강농의 첫 걸음

한태원 ‘한광호기념사업회’ 위원장

지금은 먹을 것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고 한광호 박사가 보낸 유년시절은 보릿고개로 대변되는 배고픔의 시대였다. ‘이 땅의 모든 국민이 배부르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년 한광호의 바람은 소박하지만 큰 것이었다. 고 한광호 박사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68년 지금의 한국삼공을 설립했다.

 그리고 국가 목표인 ‘식량증산’ ‘농촌부강’을 실현하기 위해 농업현장에 꼭 필요한 농약 개발·보급에 앞장서 1970~1980년대 농업 녹색혁명을 주도했다. 우리 국민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일념으로 1960년 백수의약과 1976년 한독합작회사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을 설립해 선진제약 기술의 국산화와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약개발에도 힘썼다. 고 한광호 박사는 이렇게 농업보국을 평생의 가치로 삼고 농업이 부강한 나라, 농촌이 건강한 나라, 농민이 존경받는 나라를 위해 생애를 바쳤다.

 한광호 농업상은 이런 그의 뜻을 받들어 농업과 농촌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의 공로를 격려하고 농업인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제정한 상이다. 우수한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탁월한 농업경영으로 지역활성화와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한 첨단농업인, 탁월한 연구업적으로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기여한 농학연구인, 미래 농업 선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개인인 미래농업인은 지금 우리나라 농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보여주는 분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광호 농업상 심사위원회는 누가 봐도 모범이 될,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인재를 선정하기 위해 세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머리를 맞댔다. 치열한 갑론을박도 있었고 현장답사를 위해 전국을 누빈 것도 수차례였다. 유수 인사와 기관으로부터 추천 받은 후보자들 면면 하나하나가 워낙 뛰어나 옥 중의 옥을 고르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는 오늘의 결실 못지않게 내일의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 미완의 상태라 하더라도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밝고 풍요롭게 해줄 창의성과 독창성에 주목했다. 우리 농업 각각의 분야에서 창조적 차세대 리더를 발굴·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농업보국과 부국강농의 첫걸음이자 한광호 박사의 유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대원칙과 공감대 속에서 첨단농업인상에 강혜원 영광포도원 대표, 농학연구인상에 충남대학교 조교수 정성훈 박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쉽게도 올해는 위원회의 기준에 충족하는 미래농업인은 선정하지 못했다. 두 분이 일궈낸 업적은 앞으로도 우리 농업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노력하신 두 분과 가족·동료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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