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잘했죠" … 미셸 위 데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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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가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난 뒤 타구의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팜데저트=연합뉴스]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가끔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에서 개막한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프로데뷔전을 치른 미셸 위(16.한국이름 위성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수차례 퍼트가 빗나가 아쉽긴 하지만 대체로 만족한다. 남은 사흘간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프로 데뷔전에서 2언더파(버디 4, 보기 2개)를 쳐 20명의 출전선수 중 공동 12위를 했다.

# 출발=1번 홀. 500여 명의 갤러리가 섭씨 37도가 넘는 폭염 속에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에서 날아온 할아버지 위상규(79)옹 등 친인척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첫 번째 티샷은 멋지게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갈랐다. 파세이브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미셸 위는 "1번 홀 티샷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첫 버디=2번 홀(파4). 완벽한 드라이브 샷에 이어 정교한 두 번째 아이언 샷으로 공을 핀 60㎝ 옆에 떨어뜨렸다. 프로 데뷔 첫 버디.

# 위기=3번 홀(파5.473야드)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화단 안에 공이 떨어졌다. 미셸 위는 캐디 그레그 존스턴과 상의 끝에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1벌타를 먹고 레이업한 뒤 네 번째 샷을 핀 가까이에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게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셸 위는 "첫날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 괴력=갤러리의 성원을 등에 업은 그는 7, 10,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7번 홀(파5)에선 세컨드 샷이 그린을 넘어가는 괴력을 보여주며 버디를 잡았고, 10번 홀(파4)에서는 6m가 넘는 롱 퍼트를 성공시켰다.

# 아쉬움=4언더파로 상위권을 유지하던 미셸 위는 파4의 14번 홀(354야드)과 18번 홀(355야드)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했다. 14번 홀과 18번 홀은 특히 파4홀 가운데 가장 짧은 홀이어서 아쉬움이 더했다. 정상급 선수로 도약하기 위해선 쇼트게임 능력을 좀더 보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첫날 선두는 이 대회 다섯 번째 우승을 노리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 8언더파를 쳤다. 박희정(CJ)이 7언더파를 쳐 크리스티 커(미국)와 함께 공동 2위, 박지은(나이키골프)은 5언더파 공동 6위에 올랐다.

○…미셸 위의 인기는 소렌스탐의 10배(?). 이날 빅혼 골프장에는 평일이어서인지 2000여 명의 갤러리가 찾았으나 이중 500여 명이 소렌스탐을 제치고 미셸 위를 따라다녔다.반면 소렌스탐 조에는 40명 안팎의 갤러리만이 세계 정상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미셸 위는 동반자 크리스티 커에 대해 "대단했다. 그녀는 함께 플레이하기에 재미있는 선수다. 정말 훌륭하게 경기했다. 함께 경기하게 돼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7언더파를 친 커의 성적 때문에 플레이에 지장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내 경기를 풀어갔다"고 답했다.

○…박지은은 5언더파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나이키에서 새로 받은 신발이 작아 라운드 내내 고통을 겪었다. 경기 시작 전 나이키에 한 치수 큰 신발을 주문했던 박지은은 1번 홀 그린에서 왼쪽 발꿈치에 밴드를 붙이는 등 신발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팜데저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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