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연구소 설립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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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술개발만이 기업의 살길」이라는 하나의 흐름이 기업연구소의 활발한 설립으로 나타나고있다.
과학기술처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연구소 수는 모두 1백3개. 정부는 당초 적극적인 유도정책을 쓰면 83년말까지 1백개 수준에 .이르리라고 예상했으나 기술개발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노력 때문에 목표가 6개월이상 당겨졌다.
기업연구소의 설립증가추세는 81년부터 가속화되기 시작, 82년에는 30개가 신설됨으로써 81년의 53개보다 무려 57%가 늘어난 83개가 되었고 올해 상반기만해도 작년보다 24%가 늘어난 20개소의 신설로 1백3개가 된 것. 이와함께 연구인력의 증가율은 더욱 높아 8l년 1천9백33명에 불과했던 학사이상의 연구인력이 82년에는 3천95명, 83년6월 현재 4천2백17명이어서 1년반사이에 2배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로인해 정부출연연구소의 인력 4천5백여명을 합칠때 우리나라의 연구원은 대학을 제외하고도 1만명에 육박하게 됐다. 또 기업연구소의 연구원수도 81년에 l개소당 30명에서 82년에 37명, 83년(6월)에는 41명으로 늘어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있다.
특히 석사이상의 고급연구인력의 증가율이 학사연구인력의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업연구소의 연구개발과제가 점차 심화내지는 고도화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분야별 연구소수는 기계· 금속분야가 포항제철기술연구소등 27개소로 가장 많고 전기전자분야가 삼성전자 종합연구소등 24개소, 화공분야가 럭키중앙연구소등 24개소로 다음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기전자분야는 앞으로도 급격한 증가 추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외에 식품분야가 13개소, 직유분야는 8개소, 기타 7개소의 순.
그룹별로는 삼성이 10개소로 가장 많고 럭키금성이 9개소, 현대가 8개소, 대우 7개소등으로 4대그룹이 전체연구소수의 3분의l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같은 산업기술을 사용하는 관련업체들끼리 조합을 만들어 연구개발하는 산업기술연구조합의 구성도 활발해 82년6월말 5개에 불과했던 것이 1년사이에 9개가 늘어 한국소프트웨어연구조합등 14개가 됐다.
이러한 기업연구소의 활성화 추세에 대해 과기원 최영환 진흥국강은 『선진국의 기술무기화 조짐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풍토에서 산업기술의 자체확보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기업연구소의 숫적 증가도 중요하지만 집중적인 기술개발투자등을 통한 내실있는 연구개발의 추진이 더욱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그런데 82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매출액에 대한 기술개발투자비율은 평균0· 71%.
이는 80년의 0·50%, 81년의 0·67%보다는 향상된 수치지만 77년의 미국과 서독이 3·l%, 3· 2%에 달했던 것에 비해 훨씬 뒤지는 수준이며 79년 일본의1·71%보다도 떨어진다.
여기에다 매출액 규모차이를 감안한다면 실제 투자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극히 적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편 한국산업기술진전협회 김영우부회장은 『최근 기술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거국적으로 인식돼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긴 했으나 아직도 기술개발의 질·양적 향상은 미흡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책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하루빨리 정착화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명문화 돼있는 기업연구소에 대한 각종 지원제도중 시행되고 있는 것은 자연계 분야의 학사이상 연구요원을 30명이상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들에 대한 병역특혜와 지방세면제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기업에 투자의욕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면서도 「법조문상의 특혜」에만 머무르고있는 수임연구 개·발용품의 관세경감 조치와 연구시설투자의 세액공제, 기술개발자금 융자조건의 완화 등이 조속히 시행돼야 기술개발의 입체적인 향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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