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무서운 스피드로 독수리 같은 맹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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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격은 어렵다. 달아나는 돌을 쫓으려면 두 배의 군사가 필요한데 바둑은 똑같이 한 수만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격은 시원하다. 이세돌 9단의 '공격'을 감상해 본다.

이세돌은 빼어난 공격으로 상하이(上海) 팀 주장 창하오(常昊) 9단을 격파하며 중국리그에서 3연승을 거뒀다. 이세돌이 속한 구이저우(貴州) 팀은 이세돌의 선전에 힘입어 1위였던 상하이팀을 반게임 차로 따돌리고 리그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비싼 몸값을 받고도 3승4패로 부진해 중국 매스컴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던 이세돌. 그리하여 올해는 이를 깨물고 "대국료에 관계없이 명예회복에 나선다"고 선언했던 이세돌 9단이 현재까지는 무패행진을 보이며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지난해 음식, 특히 김치를 못 먹어 중국에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기보1=이세돌 9단이 흑이고 창하오 9단이 백이다. 중앙 백이 약하지만 하변 쪽 흑도 약하다.

우상엔 백의 세력이 버티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세돌은 흑1부터 강력한 공격에 나선다. 하나 8까지 백의 도주도 빠르다.

기보2=더 이상의 공격이 힘들다 싶을 때 이세돌은 흑1로 독수리처럼 허공을 날아 백에게 달려든다. 그리고는 3, 5로 꽝꽝 씌우니 순식간에 그물망이 형성되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무서운 스피드다. 허점 투성이 같지만 실로 대담한 감각이고 맹렬한 질주다. 307수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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