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망식→ ‘기동 타격’식으로 달라진 주택시장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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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대대적인 주택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깊이와 넓이에서 과거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게 각종 규제를 풀고 있다. 완화의 정도를 넘어 심지어 ‘방치’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그동안 규제 완화가 대개 기대 이하였는데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40년→30년) 같은 예상 밖 대책도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규제를 모두 풀까. 기준까지 훼손할 정도로 규제를 풀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풀겠다는 방침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정부의 뜻대로만 될 수 없다. 규제 완화의 상당 부분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야당의 반발이 만만찮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벽에 부딪쳐 당초 발표한 선에서 한발 물러나기도 한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3법’도 완화 폭이 당초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정부가 규제를 푸는 데만 집중하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주택시장의 과열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손에선 규제의 끈을 완전히 놓은 게 아니다. 과열 방지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제의 방향이 달라진 것 같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 우려가 높던 2000년대 초·중반엔 규제의 대상 범위가 넓었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과 그 이외 지역인 지방이 가장 큰 규제 단위다. 수도권 중에서도 일부를 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 있다. 서울·경기도 등과 같은 광역자치단체보다 훨씬 넓다.

지금은 지정된 곳이 하나도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은 시·군·구를 대상으로 한다.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이보다 좀더 넓은 대상이 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를 묶어 부르는 ‘강남3구’나 ‘강남권’이다. 2011년 12월 해제될 때까지 마지막까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규제는 시장 불안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세종시 개발 붐을 타고 달아올랐던 ‘충청권’ 역시 광역 규제 대상이다. 대전시·세종시와 충남·북을 말한다. 지방은 제한이 없고 수도권은 6개월인 민간택지 전매제한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는 1년인데 충청권 투기과열지구는 3년인 식이다.

주택시장 환경이 달라지면서 규제 ‘그물’이 바뀌었다. 특정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선포해 놓고 넓은 그물을 펴 놓고 사냥몰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지역에 따라 기동성 있는 규제로 달라지고 있다.

규제 효과를 내면서 규제 완화의 명분을 잃지 않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상한제 완화의 세부방안에서 이런 의도가 엿보인다. 정분는 상한제 해제 지역에서 주택가격 상승률 청약률 등을 기준으로 그때 그때 필요할 때 상한제 대상으로 다시 지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상한제 적용 세부기준을 설명하면서 “국지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시장불안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시장도 규제가 풀렸다고 긴장감을 완전히 놓을 수 없다. 언제든 규제의 과녁이 될 수 있어서다.

일부에선 ‘소규모 맞춤형 투기과열지구 지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기초자치단체보다 작은 규모(동 등)의 국지적 투기에 대비하는 투기 억제장치를 말한다.

어느 분야보다 규제 완화의 강도가 세고 폭이 넓은 재건축에서 투기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직은 우려할 만한 투기가 없지만 재건축 시장이 국지적으로 달아오를 경우 정부가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주택시장 규제가 말 그대로 시장을 규제해 열기를 식히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시장의 공정성을 지키면서 활기를 북돋우는 규제가 돼야 한다. 방치하면 시장은 자멸할 수 있다. 피를 솎아줘야 벼가 잘 자라듯 이제는 규제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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