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예술가등 전문직여성 남편과 따로 사는 사람 많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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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바이얼리니스트 김남윤씨(34·경희대교수)와 남편인 경제학전공의 윤관구씨(38·뉴욕주립대 교수)는 이른바 『방학부부』다. 부인 김씨는 한국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주활동을 하는 반면, 남편은 미국 뉴욕에서 교련을 잡고있어 방학때나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낼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마산에서 국민학교교사로 재직중인 김명애씨(27)는 또 『주말부부』. 회사원인 남편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기때문에 이들 부부는 아직 신혼이지만 주말에나 만날수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1년에 1, 2번 연말이나 여름휴가에나 함께 생활할수 있는 『휴가부부』도 있다.
이렇게 전적으로 직업상의 이유로하여 부부가 한국과 외국, 서울과 지방식으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고있는 또다른 의미의 별거부부의 숫자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국인의 활동무대가 국제적으로 넓어진데다 결혼후에도 『나의 세계』를 갖겠다는 여성들의 숫자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원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두드려진 원인은 역시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전문직업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중에 『일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는 여성들의 숫자가 차츰 늘어남에 따라 한국부부의 생활방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오고있는 때문인것 같다고 서봉연교수(서울대·심리학)는 얘기한다. 사실상 여성취업률이 70, 80%를 웃도는 구미의 경우, 특히 미국에서는 부부가 직업상의 이유로 수천리 떨어져 생활하고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것으로 알려져있다.
올해로 결혼생활 5년째. 5살짜리 아들이 있는 김남윤씨 경우는 결혼초부터 여름방학에는 남편이 한국에 와서, 겨울방학에는 김씨가 뉴욕으로 가서 함께 사는 생활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처음부터 어려울거다. 문제가 많을거라고 걱정을 했읍니다.
그러나 서로 구속받지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할수 있어 각자의 발전에 좋은것 같습니다』고 그는 얘기한다.
한국의 부부는 대체로 함께 살고있어도 남편들이 새벽일찍 나가 밤늦게 귀가, 부부대화의 시간이 거의 없는 반면 평소 떨어져 사는 부부는 만나는 시간만은 충실히 알차게 보내려는 노력을 하는 까닭에 오히려 심리적인 밀착감을 느끼고 살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부부가 떨어져사는 까닭에 만나게 되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아직은 의식주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는데 익숙치않은 남편들에게는 특히 크고 작은 일상의 불편함이 많다. 생리적욕구도 지적되고있다.
1년2개월째 회사특파원으로 프랑스에 체재하고 있는 남편과 별거하고있는 이정자씨(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총무)는 집안대청소, 무거운 짐을 옮겨야할때등 힘을 요하는 경우 남편이 절실히 생각나더라고 말하며 웃는다.
청주대에 재직중인 작가 이순씨, 원광대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현대무용의 김화숙씨등 대체로 부부중 어느 한쪽이 지방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젊은부부들중에 별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서봉연교수는『부부는 원칙적으로 육체적 공간적 심리적 결속을 필요로하는 까닭에 별거 부부는 자칫 공감의 장을 잃어 한쪽의 탈선등으로 부부관계, 나아가 가족관계를 해칠 염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떨어져사는데 따른 갭을 정신적 결속으로 메울수 있는 노력을 해야할것이라고 한다.
또 사회변화에 따라 부부의 개념과 형태에도 변화가 필연적이므로 주변사람들도 이에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해로 뒷방침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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