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빈자리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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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국아, 사이드 막아." "두현아, 커버 내려와야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소집훈련 마지막날인 14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된 연습경기 도중 귀에 익지 않은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진철(32.전북 현대.사진)이었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부임 후 처음 훈련에 참가한 그는 예전의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최진철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후배들을 독려하며 후방을 지휘하는 '버팀목'이었다.

월드컵 멤버인 최진철은 지난해 월드컵 기간 내내 말이 없었다.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 겸연쩍은 듯 손사래를 쳤고, TV카메라가 다가오면 물러섰다. 경기 중에도 말없이 홍명보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던 최진철이 딱 한번 카메라 앞에 선 적이 있다. 바로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이긴 다음날이었다. "비에리, 그 선수 힘이 천하장사더라고요."

이제는 대표팀 고참으로서 '말이 많아진' 최진철은 이날 좌.우에 박충균.조병국을 놓고 김태영과 함께 센터백에 섰다. 두 선수가 버틴 수비라인은 역시 든든해 보였다. 최진철의 등장으로 조병국의 쓰임새도 윙백까지 늘어났다. 상대팀 최전방의 우성용.조재진이 이관우.왕정현의 공 배급을 받아 수시로 문전을 노려봤지만 허사였다. 최진철이 속한 팀은 3-1로 이겼다.

올 초 부임 이후 코엘류 감독은 수비라인 구성을 놓고 고민했다. 좌.우 윙백은 월드컵 멤버인 해외파 이영표.이을용(이상 좌).송종국(우)도 있고, 국내파 현영민(좌).최성용(우)도 있다. 게다가 새로 합류한 박충균(좌).이기형(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명의 센터백이 고민거리였다. 김태영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조병국.박주성을 불러다 시험해 봤다. 일본전에서는 조병국의 실수로 결승골을 내주는 등 센터백 자리는 여전히 '구멍'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독일에서 오른쪽 무릎인대 수술을 받은 최진철이 지난달 13일 K-리그 무대로 돌아오자 센터백에 대한 고민의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최진철은 "월드컵이 끝난 지 벌써 1년이라니 시간이 빠르다. 대표팀에 다시 돌아오니 월드컵 때 생각도 나고 기분이 좋다"며 "그간 후배들이 잘 해왔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파주=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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