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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못 믿을 EBS 적중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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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 두 가지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EBS의 시각은 다르다.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석한다. 주제어인 연과 수건이 모두 사각형이고 거기에는 직각(rectangular)이라는 개념이 들어있기 때문이란다. 앞의 내용은 실제 수능 영어 듣기 문제에 포함된 지문이고, 뒷부분은 EBS 수능 방송의 교재에 들어 있는 것이다. EBS는 이 지문이 포함된 수능 문제를 적중시켰다고 했다.

수능 방송 교재를 만들어 팔고 있는 EBS는 매년 수능시험이 끝나면 '반영 비율'을 발표한다. 수능 시험 문제 가운데 자신들이 만든 교재에 있는 내용이 얼마나 반영됐느냐를 밝히는 것이다. EBS는 해마다 반영 비율이 80%가 넘은 것으로 발표하면서 구두로는 '적중했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이 '적중 문제' 가운데는 앞의 예와 같이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5일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EBS가 적중률을 뻥튀기한 사실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모의 수능 영어시험에서 같은 지문 2개를 건졌다고 EBS 책 서너 권을 사는 게 현실이다. 제발 적중했다고 하지 말라"(yonghyun28), "해마다 유형이 비슷하단 이유로 적중률이란 말을 남발하는 게 어이없다"(redot4)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EBS도 내부적으로는 '적중률' 대신 '연계비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적중'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교재를 많이 팔기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를 고의적으로 속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권영만 EBS 사장은 5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이 문제를 따지자 "잘못됐다. 고치겠다"고 했다. 수능 방송과 교재 판매는 공교육 보완과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시작된 좋은 일이다. EBS는 수험생을 현혹해 장사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고정애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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