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 유전자변형 식품 수입 금지 WTO 제소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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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GMO) 식품을 놓고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일전을 선언했다.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13일(현지시간) "GMO 식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이미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EU간 무역마찰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졸릭 대표는 "인체에 해가 없는 식품에 대해 수입을 막은 조치는 명백한 WTO 규정 위반"이라며 "우리는 제소 결정에 앞서 5년이나 EU의 입장이 달라지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EU는 1999년부터 소비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GMO 식품의 수입을 금지해 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 생산국인 미국은 관련 농민단체와 농산물 가공회사, 그리고 이들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들로부터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하라는 압력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USTR는 지난달 1일 '2003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서도 EU의 GMO 식품 수입금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미국은 EU의 금수조치로 자국 농민들이 연간 3억달러 이상 손해를 보고 있으며,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식량증산에 나쁜 선입견을 줘 결과적으로 아프리카의 기아해결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는 GMO 식품에 대해서는 지금도 유해 가능성을 경고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 수입을 막는 것은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WTO에 제소할 경우 EU도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자국기업 보호조치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EU의 금수조치로 인해 미국의 대(對)유럽 농산물 수출은 크게 줄어들었다. 옥수수의 경우 98년 미국의 유럽 수출은 6천3백만달러였으나 지난해 이 금액은 1천2백50만달러로 감소했다. 미 농무부는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38%, 콩은 80%가 유전자 변형을 거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주 미국의 수출업계를 대변하는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는 보고서를 통해 EU.한국.일본 등이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무역장벽으로 미국 농산물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과 EU는 미국의 해외판매법인 면세법을 놓고도 현재 심각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WTO는 최근 유럽의 손을 들어줬고, EU는 미국이 올 가을까지 이 면세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연간 40억달러 규모의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겁을 주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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