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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별 이동순 (1950~ )

새벽녘

마당에 오줌 누러 나갔더니

개가 흙바닥에 엎드려 꼬리만 흔듭니다

비라도 한 줄기 지나갔는지

개밥그릇엔 물이 조금 고여 있습니다

그 고인 물 위에

초롱초롱한 별 하나가 비칩니다

하늘을 보니

나처럼 새벽잠 깬 별 하나가

빈 개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별도 밤이 깊어지면 배가 고픈가 보다. 별도 밤이 더 깊어지면 외로운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새벽잠 깬 별이 개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울고 있겠는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저마다 똑같은 크기의 밥그릇 하나씩을 부여받고 태어난다. 그런데 어떤 이는 그 그릇이 수많은 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큰 그릇이 되고, 어떤 이는 그 그릇이 간장종지 만하게 된다. 불행히도 그런 그릇엔 개밥도 담지 못한다.

이 시에는 개밥그릇에도 별이 뜬다. 왜 개의 밥그릇엔 별이 뜨는데 인간의 밥그릇엔 별이 뜨지 않는가. 그건 개보다 못한 인간이 많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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