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있는 소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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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처럼 맞는 휴일이나 주말이면 어디엔가 깨끗하고 한적한 곳이라도 있으면 가족과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쉬다 왔으면 하는 간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얼핏 생각이 미치는 곳이 근교의 산이나 공원이지만 이내 고개릍 내젓고 만다. 시장바닥 같은 인파와 교통혼잡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집에 가만히 앉아서 쉬는 것이 상책이란 결론이 나고 만다.
이처럼 갈곳이 없다. 쌓인 스트레스나 피곤을 풀어버릴 방도가 없다.
정부가 시민들이 건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서울근교 녹지와 그린벨트안에 소규모의 휴식공원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은 이런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건설부에 따르면 새로 마련될 휴식공원은 기존 유원지와는 그 개념을 달리해서 유흥업소나 오락시설을 없애고 스포츠와 가족놀이 시실과 넓은 잔디밭 등을 갖춤으로써 휴식공간으로서의 구실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53개소 1백5만평방km (3천7백50만평)의 공원·관광지·유원지등이 있는 것으로 돼있으나 인구비례에 따른 휴식공간의 면적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다. 특히 인구 1천만명을 육박하는 서울시의 경우 공원면적은 1인당 2평방m에 불과하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베를린등 선진국에 비해 9분의1에도 못미치며 가까운 일본의 동경만해도 3·4평방m로 우리가 뒤지고 있다.
특히 서울근교에 있는 몇 군데 되지 않는 유원지나 공원에 가보면 수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모여 몸을 부딪치며 헤엄치듯 걸어야 한다. 햇볕을 가려줄 나무그늘 조차 찾기 어려워뙤약볕 아래 겨우 자리를 펴면 먼지와 소음이 한꺼번에 몰려와 안절부절못 하기 일쑤다.
가까운 산에라도 오르려면 역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밀치거니 당기거니 북적대기는 마찬가지다. 가끔가다 발견되는 옹달샘에서는 식수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서로 물을 퍼담다 보면 어느새 맑은 옹달샘은 흙탕물로 변하고 만다. 게다가 사방에 널려 있는 쓰레기 더미와 일부 몰지각한 행락객들의 고성방가와 취객들의 추태, 카세트 라디오의 소음까지 겸치면 짜증은 가중 된다.
결국 좀 한가롭게 쉬다 가려던 본래의 목적은 빗나가고 유원지나 산은 불쾌와 짜증의 장이 되고 『차라리 집에 앉아 었었으면 나았을 걸』하고 후회를 하게 마련이다. 시내 주택가나 아파트단지에 가끔 눈에 띄는 어린이 공원이나 놀이터라는 것도 놀이시설 몇개가 설치돼 있을 뿐 흙먼지 날리고 황량하기란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휴식이 절대 필수적인 요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현대와 같은 고도산업사회에서 인간이 받는 육체·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더욱 질 높은 휴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건강유지라는 면에서도, 나아가서는 노동력의 확대재생산이란 차원에서도 필수불가결의 요건인 것이다.
정부가 서민들의 휴식공간을 넓히겠다고 한데 대해 이를 환영하면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빼놓을 수가 없다. 휴식공원의 개념이「놀이공간」의 개념과 분리해서 생각해야할 일이라는 점이다. 휴식에 필요한 것은 우거진 숲, 깨끗한 잔디, 조용한 분위기에 몸을 누이거나 기대고 앉을 간소한 시설이면 족할 것이다. 지나치게 편의에 치중한 나머지 과잉시설로 자연의 경관을 해치거나 자연조건을 변형·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스포츠시설과 휴식시설을 한자리에 직결시켰을 때 휴식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손상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일이다. 특히 이러한 휴식공간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설치된다는 것은 인위적인 휴식공간에 못지 않게 우리가 가꾸고 보존해야할 자연공간의 중요성도 결코 우선순위의 뒤에 처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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