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주 편지' 발견…진품 가능성은? "연구 필요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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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아사미 린타로에 의해 반출됐던 ‘정몽주 편지’가 최근 국내에 들어왔다. 이 편지는 정몽주가 1385년 지인에게 쓴 것으로 보인다.

편지는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판사로 일한 아사미 린타로(淺見倫太郞·1869~1943)에 의해 반출됐는데 최근 국내 한 고미술 관계자가 입수해 한국에 들여왔다.

편지는 9행 127자. 나라가 망해가도 손쓸 수 없는 충신의 절절한 마음을 종이에 행초서로 써내려갔다. 수신자는 알 수 없으나 ‘족하(足下)’라는 경칭으로 볼 때 지인에게 보낸 서신으로 추정된다.

“울타리 아래는 꽃이 피고 술독에 술이 익어가니 당신은 흥취가 적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늙은이는 나랏일에 매여 있어 당신과 더불어 이 즐거움을 함께할 수 없으니 하늘은 무슨 뜻인지, 멀리서 바라보며 부러워할 뿐입니다.” “회옹(晦翁·주자)의 책은 이미 다 보셨을 터이니 돌려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홍무(洪武) 18년(1385) 7월 16일 몽주(夢周)”라고 썼다.

이 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명한 고문서 수집가였던 아사미 린타로의 소장품이라는 게 역설적으로 이 유물의 가치를 말해준다”면서도 “정몽주 친필 실물이 워낙 희귀해 글씨만으로 진위 여부를 결론 내기는 어렵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장은 “‘성인록’ ‘근묵’ 등 기존에 알려진 정몽주 글씨와 미감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부장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추사 진품을 가짜라고 하는 일이 흔했다. 추사체가 워낙 다양해 말년의 글씨만 추사체로 보고 20~30대 글씨는 가짜라고 보는 일이 많았다”며 “정몽주 친필 자료는 목판으로 새긴 것까지 포함해 4~5점뿐이라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종이 재질을 분석한 결과는 높은 진품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지 보존처리 전문가는 “종이를 빛에 투과해보니 발의 간격이 조선시대 이후의 종이보다 넓고 섬유질이 고르지 않게 뭉쳐 있는 등 14~15세기 종이의 특징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정몽주 편지 발견’ [사진은 정몽주 초상화,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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