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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이 선택한 이승원 '컴퓨터 세터' 계보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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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지난 1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선두 삼성화재를 3-1로 이겼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전 3패 끝에 첫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29점을 몰아친 레프트 문성민(29)이었다. 경기 후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문성민과 함께 세터 이승원(22)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이승원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며 “내가 승원이에게 지시를 하면 경직된 플레이를 할 수 있어 경기 중에는 가급적 말을 걸지 않는다. 오늘 이승원은 스스로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승원은 주공격수 케빈(26)과 문성민을 적절히 활용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상대 블로커의 허를 찌르는 토스가 인상적이었다. 디그(스파이크를 받는 수비)를 10개나 기록할 만큼 수비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이승원은 이번 시즌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다. 한양대 3학년이었던 지난해 9월 드래프트에 참가해 현대캐피탈에 입단(1라운드 6번)했다. 청소년 대표와 대학 선발을 거친 그는 동기 중에서는 적수가 없는 독보적 세터였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그는 “한 경기나 제대로 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현대캐피탈에는 국가대표 세터를 지낸 최태웅(39)과 권영민(35)이 버티고 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해도 둘은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이다. 신인이 두 선배를 단번에 뛰어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두 선수가 체력에 문제를 드러내자 2라운드부터 과감히 이승원을 투입했다. 이승원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자 김 감독은 지난달 권영민을 한국전력에 임대 트레이드 하려 했다. 행정 착오로 트레이드가 철회되긴 했지만 김 감독이 이승원을 이미 주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 틀림없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지능적인 플레이로 ‘컴퓨터 세터’라고 불렸다. 1981년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해 83·84년 2년 연속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이탈리아에선 그를 ‘마술사’라고 불렀다. 이승원은 “감독님이 가끔 토스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김 감독을 포함해 전설적인 세터가 팀에 세 명이나 있는 건 이승원에게 행운이다. 그는 “훈련이 끝나면 (선배들이) 내 단점을 지적해 준다. 기술과 경험 모두에서 최고인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영민은 “승원이의 습득 속도가 빠르다. 경험을 쌓는다면 국가대표 세터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문성민은 “왼손잡이에 점프력도 좋다. 승원이는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수원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한국전력이 우리카드를 3-2로 이겼다. 꼴찌 우리카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강만수 감독이 물러나고 양진웅 수석대행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또 졌다. 여자부에서는 GS칼텍스가 현대건설을 3-2로 꺾었다. GS칼텍스 새 외국인 선수 에커맨이 41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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