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7)제79화 육사졸업생들(17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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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배속장교 3기 후보생은 모두 여교사들이었다.
이들 여성이 육사에 들어온 인연은 남자 배속장교들과 비슷했다.
당시 여자중학교에도 학도호국단이 편성돼 있고 교련시간이 있었으나 여자 교관요원은 없었다.
그래서 49년봄 전국 1백개 여자중학교 여교사 1백명을 구서울사범대학에 모아 2주간 교육을 시켜 교련을 담당하도록 했다.
당시 여자 교사들은 남자 교사들처럼 체육교사를 가운데서 선발, 교련교육을 시키기로 했으나 여자체육교사가 부족해 일반여교사중에서 모범교사를 선발해 훈련을 시켰다.
이들은 2주간 교육을 받고 학교로 돌아갔다.
그러나 당시 박을희씨(59·여군 중령예편 현정동교회장로)등 여자체육교사가 중심이 돼 『우리도 남자선생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았는데 왜 계급장을 안주느냐』고 문교부와 국방부에 항의했다.
이 항의가 받아들여져 이들을 본격적인 장교훈련을 시키기 위해 49년5월1일 재소집했으나 1백명중 33명만이 응소했다.
이들은 구서울사대안에 숙소를 두고 육사등지로 매일 교육을 받으러 나갔다.
교과과목도 남자 배속장교 후보생들과 똑같아 사격 구보 포목훈련등 모든 과정을 거쳤다.
3개월간의 훈련을 마치고 49년 7월30일 32명이 예비역 소위로 임관됐다.
당시 여교사는 아니었지만 이들 후보생의 사감역할을 맡았던 김신숙씨(작고·전국회의원 예비역대령)도 같이 소외로 임관됐다.
이들은 예비역소위 계급장을 달고 각 학교로 돌아갔으나 곧 6·25가 터졌다. 여자도 국방을 맡아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자 이들을 중심으로 여군이 창설됐다.
이 기회를 통해 여군창실 얘기를 하고 넘어가자.
6·25가 터지고 서울이 함락되어 대전으로 수도를 옮겼을때 김신숙씨와 박을희씨등 여자 배속장교들이 중심이 되어 이승만대통령으로부터 여군모집승인을 얻어 여자 의용군을 모집했다.
대전에서 시작된 여군 모집은 임시수도가 대구로 밀려가는 바람에 대구로 옮겨졌고, 다시 부산으로까지 내려갔다.
이들은 모조지와 신문지에 『여성도 군문으로』라는 벽보를 써 붙였고 가두방송을 하며 여자 의용군을 모집했다.
그 결과 총2천명이 응소했으나 대구에서 2백50명, 부산에서 2백50명등 총5백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여자 의용군 교육대에서 4주간의 훈련을 받고 전방 10개사단에 배치됐다.
이것이 여군창설의 모체가 된것이다. 당시 배속장교 출신으로는 박을배씨를 비롯, 홍소운씨(대령예편) 이범희씨 (재미) 김순화씨 (대위예편) 유순숙씨(새마음병원 진술과장 중령예편) 현성원씨 (대령예편) 김형숙씨 (충남부녀상담소장중령예편) 하복조씨(재미중령예편) 안명례씨(주부) 이영실씨(주부)등이 있다.
또 중학교 교사출신은 아니었지만 당시 족책을 이끌었던 철기 이범석씨와 가까운 사이여서 같이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된 현보사부강관 김정례씨도 있다.
이들 여자 배속장교중에서 일부는 임관 직후 서울사대자리의 국립청년훈련소(소장 안호상문교장관)에서 교관으로 일했다.
이 훈련소는 학도호국단 간부를 훈련시켰던 곳으로 대장은 김현숙씨가 맡았고, 교관으로 윤희열소위·김정례소위·박을희소위·홍소운소위·정임순소위·박복순소위 등이 맡았다.
박을희씨는 당시 숙명여중 교사에서 배속장교로 임관되어 6·25때 여군창설을 맡았고 그후 13년간 군생활을하는동안 13년을 여군훈련소장을 맡았다. 「여장군」으로 눌릴 정도로 활동가였는데 지금도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있다.
고인이 된 김지숙씨는 일본체육전문학교를 나와 해방후 여경훈련소에서 체육교관을 하다 배속장교 훈련소에서 교관및 사감을 맡았다. 김씨는 여군부장까지 지냈고 공화당에 참여해 8대때 전국구 의원이 되기도했다.
당시 김정례씨(민족청년단)는 족청계로 정치에 참여, 나중에 자유당 중앙당 상임위원을 지냈고 69년부터 한국여성유권자연맹회장을 맡았다가 제5공화국에서 국회의원 보사부장관까지 지내고 있다. 김씨는 62년 「족청계 반혁명사건」에 연류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8기생 이야기는 이 정도로 끝낼까 한다. 8기생은 현재 특별한 모임이나 동기생회를 갖고 있지 않지만 나공성씨(58·평북 용엄포 출신 중령예편한국소방안전협회회장)를 연락책으로 해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계속>장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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